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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교육부가 내달 9일부터 고3·중3 학생들을 시작으로 단계적 원격수업을 토대로 한 '온라인 개학'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31일 오후 원격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쌍방향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상 초유’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540만명 초ㆍ중ㆍ고생의 온라인개학이 현실이 됐다. 학교에 등교하지 않고 온라인 원격 수업을 하겠다는 건데, 코로나19 위협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킬 수 있다는 안심보다 걱정과 우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모두에게 양질의 교육이 잘 전달될 수 있을까. 기기나 네트워크 상황 등이 가정형편 등에 따라 영향을 받진 않을까. 학교와 교사는 이미 준비가 됐을까. 의문이 꼬리를 문다.

하지만 집단감염의 우려를 안고 아이들을 학교로 내몰 수도 없고, 학생들이 매개체가 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또다시 겪지 않으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도 이해한다. 이미 전세계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유네스코는 지난달 30일 “전날 기준으로 181개 국가에서 15억 3,058만여명의 학생들이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몽골의 경우 TV로 수업을 진행하고 홍콩 등에서는 화상으로 체육수업도 진행한다고 한다. 중국, 아르헨티나, 스페인, 베트남 등 수 십개 국가에서 이미 온라인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이 참에 교육 방식을 바꿔보자고 주장하고 있다.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 거꾸로 학습. 온라인 선행학습 뒤 토론식 오프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수업 방식)과 ‘블랜디드 러닝’(온라인-오프라인 병행)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수업’(온라인 문서를 동시에 작성하고 공유하는 방식), 개인별 맞춤형 학습 등을 적극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런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도구들은 이미 마련돼 있는데, 학생과 교사만 준비가 덜 돼 있었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한 ‘뉴 노멀’(New Normal, 새로운 정상 상태)의 세계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밀폐된 공간을 갈 수 없으니 감염을 막기 위해 사람간 접촉을 않는 ‘언택트’ 소비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생필품은 온라인으로 살펴보고 비교하면서 구매하고, 현금대신 사용하는 온라인 간편결제 도구도 더 활성화 됐다. 수년째 구호로만 외쳐왔던 스마트워크도 재택근무를 경험해본 기업들은 근무 방식으로 정착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몇 가지 단점을 보완하면 장시간근로, 저출산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율적인 근무 형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아직 초기 혼란과 부실한 강의 수준에 대한 지적도 있지만, 대학교 온라인 강의도 오프라인 강의와 적절하게 섞으면 효과적인 수업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일부에서 나오는 것도 긍정적이다. 워라밸 문화 확산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자연생태계 회복 등은 코로나19의 역설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빌딩이 높을수록 그림자는 길어지는 법. 최근 전국민의 공분을 샀던 n번방 사건처럼 온라인 문화가 확산되고 고도화될수록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더 잔혹해지고 교묘해진다. 정보기술(IT)이 날아가듯 발전하는 동안 행정 시스템은 땜질 처방, 사법부는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고, 법개정은 굼벵이처럼 느리거나 누더기 입법이 되기 일쑤였다. ‘어차피 걸려도 벌금 아니면 집행유예’라고 서로를 안심시키는 대화가 n번방 이용자들 사이에서 나왔던 이유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칼럼에서 ‘이 광풍이 그치면 우리가 돌아갈 자리가 옛날에 있던 그 자리는 아닐 것이다. 가상세계의 연결이 강화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더욱 중첩되는 제3의 자리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초연결 아래 오프라인과 온라인, 개인주의와 협력주의를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지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미 ‘오래된 미래’였을지 모를 ‘뉴 노멀’ 사회가 갑자기 닥쳐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다시 과거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이제 새로운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2주 후면 21대 국회를 새로 구성하게 된다. 누가 뉴 노멀 사회에 적합한 리더일지 잘 살펴봐야겠다.

강희경 영상콘텐츠팀장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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