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제출된 반성문을 훑어보고 있다. SBS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 캡쳐

조주빈(25)과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의 제작ㆍ유포를 공모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는 지난달 19일부터 주말을 제외하고는 매일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다. 심지어 하루 두 통을 보낸 날도 있다. A씨뿐만이 아니다. 조씨에게 신상정보를 빼돌린 사회복무요원 강모(24)씨와 10대 운영자 ‘태평양’ 이모(16)군 등 다른 ‘n번방’ 가담자들도 잇달아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다. 이들은 과연 재판부의 선처를 받을 수 있을까?

법조계에서는 “반성문만으로는 선처를 받기 어렵다”고 말한다. 반성의 진정성을 판단할 때 반성문을 포함한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성문만 많이, 길게, 잘 썼다고 해서 양형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반성문을 반복적으로 제출한다고 해서 마일리지 쌓듯 형량이 깎이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변호사들도 반성문만으로는 양형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무죄를 다투지 않는 이상 피고인들에게 반성문 제출을 권한다. 양형 기준이 마련된 대부분의 범죄에서 ‘진지한 반성’이 감경 요소로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으면 재판부에 나쁜 인상을 심어줄까봐 1, 2통 정도는 쓰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판사들은 어떤 방법으로 ‘악어의 눈물’을 감별할까. 판사들은 “범행 이후의 여러 정황들을 살핀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성범죄처럼 피해자가 존재하는 경우, 피해를 회복하려는 실질적 조치를 취했는지, 피해자에게 진솔한 사과와 합의의 노력을 했는지, 피해자가 피고인의 반성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따진다. 그래서 반성문을 자주 제출했다고 해도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한다면 그 효과는 크지 않다.

n번방 사건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의사를 양형에 반영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이 경우 영상과 이미지의 추가 유포를 막는 등 피해회복을 위해 실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등을 판단할 텐데, 어느 정도로 형을 깎을 지는 사건마다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지나치게 죄질이 나쁘다면 피고인이 진지한 반성을 하고 있다고 판단되더라도 크게 감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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