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들이 요양병원 근무 투입 이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는 확인을 받으려 했으나 보건소가 확진검사를 거부했다. 보건복지부가 검사 의무화 지침을 지난달 26일 전국 시도 지방자치단체에 내리면서 비용 부담 등 구체적 방침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빚어진 일이다. 서울시에서는 뒤늦게 검사를 허락했으나 이미 간병인들의 근무일정이 꼬이면서 운영 차질을 겪은 요양병원이 나왔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요양병원을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매끄럽지 못한 행정으로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7일 오전 강남구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주민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27일 오후 2시 기준 서울시 강남구 거주 미국 유학생 확진자는 7명이다. 정준희 인턴기자.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26일 요양병원 신규 간병인을 대상으로 근무 투입 이전 확진검사를 의무화했다. 복지부가 다음날 전국 시도 지자체에 지침을 전달하고 인당 15만원 정도의 검사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침에는 비용 부담 등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빠져있었다.

현장에선 혼란이 벌어졌다. 일부 보건소는 간병인의 검사를 거부했다. 서울 서부의 400병상 규모 M요양병원에선 금주 초 간병인 4, 5명이 지역 보건소에 검사를 문의했으나 거절당했다. M병원 원장은 “신입 간병인이라고 확인서를 써줬는데도 보건소에선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영수증을 챙겨놓으라고만 했다”면서 “간병인들이 자비로 검사를 받아야 하고 환불 보장도 없으니 검사를 받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원장은 “하루 5명씩 교대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서울 서초ㆍ구로구와 경기 구리시의 보건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간병인에게 주소지에 가 확진검사를 받으라고 요구한 보건소도 있었다. 조항석 요양병협 정책위원장은 “정책마다 매번 비용 부담을 두고 지자체가 우왕좌왕한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간 협의가 안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27일 오전 강남구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주민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27일 오후 2시 기준 서울시 강남구 거주 미국 유학생 확진자는 7명이다. 정준희 인턴기자

혼란이 이어지자 지난달 30일 복지부는 비용 부담 절차를 정리해 지자체에 다시 전달했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선별진료소가 무료로 검사하고 간병인 주소지 지자체에 비용을 청구하거나, 간병인이 검사비를 결제하고 직접 본인 주소지 지자체에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관계자는 “처음엔 그런 부분까지 고려하지 못했다”면서 “비용청구 절차가 복잡해 보건소 입장에서 검사를 피했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에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육제분 팀장은 “서울시에서는 간병인이 찾아간 보건소가 무료로 검사해주는 것으로 31일 입장을 정리했다”라고 말했다. 구로구청 역시 “초기 정부 발표에는 구체적 내용이 없어 보건소에서 검사가 어렵다고 안내했지만 실제로 찾아오는 분들은 검사를 실시했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요양병원들 사이에선 정부가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의료계를 윽박지르기보다 지원부터 늘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조항석 위원장은 “증상이 없는 환자들에 대한 검사비를 면제해준다면 정기적으로 예방적 검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M병원 원장은 “신종 코로나 의심증상자 현황을 담은 같은 내용의 서류를 양식만 바꿔 건강보험공단과 복지부 등 6곳에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행정업무 부담만이라도 줄여줬으면 좋겠다”라고 털어놨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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