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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에 학부모들 “자녀 수만큼 PC 사야 하나”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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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에 학부모들 “자녀 수만큼 PC 사야 하나” 발 동동

입력
2020.03.31 18:51
수정
2020.04.01 00:4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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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기기 없는 학생 17만명… 돌봄 공백ㆍ학력 저하 우려도

정부가 전국 초·중·고등학생의 무기한 등교 연기 및 온라인 개학 방침을 발표한 31일 서울 용산구 한 초등학교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국 초·중·고등학생의 무기한 등교 연기 및 온라인 개학 방침을 발표한 31일 서울 용산구 한 초등학교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 김모(45)씨는 최근 입주 가사도우미를 월 150만원에 구했다. 세 차례 개학이 미뤄진 지난 한 달간 부부가 근무시간을 조정해 부모님 댁을 오가며 가까스로 육아 공백을 메웠지만, 더 이상은 어렵겠다는 판단에서다. 31일 정부가 학생들의 등교를 무기한 연기한다는 소식에 김씨는 “미리 가사도우미를 구하지 못한 다른 집 아이들은 갈 곳이 없어 ‘학원 뺑뺑이’를 돌고 있다”며 “개학 연기가 불가피하다 해도 학부모들을 이처럼 벼랑 끝에 내모는 것을 보면 정부 대책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전국 초중고교 등교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학부모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3월 내내 돌봄 공백을 막느라 분주했던 맞벌이 부부들은 또다시 육아 전쟁을 치를 생각에 막막해하고 있다. 맞벌이가 아닌 학부모들도 길어지는 교육 공백에 ‘전염병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교육 대책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동요하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교육부가 내달 9일부터 '온라인 개학'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31일 오후, 원격교육 시범학교인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원격 수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교육부가 내달 9일부터 '온라인 개학'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31일 오후, 원격교육 시범학교인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원격 수업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온라인 개학’에 대한 여론도 우려 일색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가정은 온라인 학습의 효율성에 반신반의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주민으로 초등 1학년생 자녀를 둔 이모(43)씨는 “아이가 최근 학원 수업을 원격으로 들었는데 아이들 모두 3분도 채 집중하지 못해 수업이 중단됐다”며 “5명짜리 학원 수업이 그런데 한 반에 20여명인 학교 수업이 제대로 되겠냐”고 의아해했다. 세종시 한 중학교 교사 박모(36)씨는 “온라인 개학을 해도 수업 외에 학생 관리는 전혀 되지 않기 때문에 개학을 하는 실효가 있겠냐고 문의하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전했다.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원격 화상수업을 들을 장비가 충분치 않아 발을 동동 구르는 가정도 적지 않다. 화면이 작은 휴대폰으로는 수업에 참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고 노트북이나 컴퓨터, 태블릿 PC 등의 장비를 아이 수만큼 장만하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학교 67%를 조사한 결과 17만명의 학생은 스마트 기기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두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박모(41)씨는 “컴퓨터가 하나뿐이라 노트북을 새로 마련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온라인 수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차라리 ‘주ㆍ야간 수업을 되살리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등교 시간을 분산하면 돌봄이나 학력 저하 등의 논란을 피하고 코로나19 확산 위험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대안이다. 초ㆍ중학생 자녀 3명을 둔 송모씨는 “한 학급이 30명인 중ㆍ고등학생의 경우 선생님 1명에 학생 15명씩 배정해 2부제 수업을 한다면 여러 가지 논란을 피할 수 있다”며 “아이들 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현실적 방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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