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환자 강제추행 한 인턴, 징계 받고도 ‘의사’ 자격 유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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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환자 강제추행 한 인턴, 징계 받고도 ‘의사’ 자격 유지 논란

입력
2020.03.3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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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해자, 병원 징계에 반발하고 다시 서울지방노동위에 징계철회도 신청 

 징계 확정에도 의사면허 유지…의료법 개정 없인 성범죄 전력 의사 버젓이 진료 

게티이미지뱅크


산부인과 수술을 위해 대기 중이던 여성 환자의 신체를 반복적으로 만지는 등 강제추행을 저질러 병원 인사위원회에서 3개월 정직 징계를 받은 서울아산병원 인턴 A씨가 반성은커녕 병원 측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징계취소 신청까지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강제추행을 저지른 A씨는 이미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이번 사건으로 전문의 자격 취득은 힘들지 몰라도 개원을 해 환자를 볼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31일 서울아산병원 측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해당병원 산부인과 수술실에서 수술 대기중이던 여성 환자의 신체를 반복적으로 만지는 등 강제추행을 저질렀다. A씨는 당시 그의 부적절한 행위를 목격한 선배 레지던트와 간호사 등에 의해 병원 인사위원회에 회부, 3개월 정직 징계를 받았다. 당시 피해자는 마취 상태에서 추행을 당해 가해자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이유로 형사고발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형사처벌마저도 각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성범죄를 저질렀지만, 그는 반성 없이 되레 병원 징계에 반발해 재심을 요구했다. 병원 측에서는 “의사로서 부적절한 행위와 언행을 했다”며 징계를 철회하지 않았다. 이에 A씨는 지난해 연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징계철회까지 신청했으나, 위원회는 징계 신청을 기각했다. 죄질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A씨는 ‘의사로서 환자의 몸을 관찰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사로서 납득할 수 없는 행위와 언행을 일삼아 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A씨가 성범죄에도 불구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상태라 일반인을 상대로 진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8년 전 고대 의대 본과 4학년 재학 당시 동기 남학생 2명과 함께 술에 취해 잠든 동기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추행하고 이를 카메라로 찍은 혐의로 실형을 받은 B씨도 의사면허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가까이 지났어도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다. 천정아 변호사(법무법인 소헌)는 “A씨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징계취소를 신청한 것으로 안다”며 “죄질이 좋지 않고 반성조차 없는 사람이 의사로서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천 변호사는 이어 “국회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 또는 정지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현행법상 성범죄와 관련해 의사 면허를 제한할 수 있는 사항은 ‘아동ㆍ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외엔 없다. 아청법은 성범죄로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은 최대 10년간 의료기관 취업을 금지시키고 있다.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의료법을 개정하는 것뿐이다. 의료법에 성범죄자에 대한 자격제한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의료법에는 의사에 대한 결격사유로 △마약ㆍ대마ㆍ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 △금치산자ㆍ한정치산자 △의료관련 법률 위반자 등을 열거하고 있을 뿐, 성범죄자는 포함하지 않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자 대한전공의협의회가 A씨에 대해 징계 절차를 밟기로 했다. 김진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은 “협의회 차원에서 조사를 진행해 징계가 필요할 경우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에 A씨를 회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도 최고 수위가 ‘회원 자격정지’에 그쳐, 징계를 받더라도 의사 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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