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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국립현대 ‘온라인 서예전’ 열었더니 … 1만5,000명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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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국립현대 ‘온라인 서예전’ 열었더니 … 1만5,000명 접속

입력
2020.03.31 14:00
수정
2020.03.3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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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 설치된 권창륜의 ‘적선지가필유여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 설치된 권창륜의 ‘적선지가필유여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큰 관심 없었는데 전문가 설명을 들으니 너무 흥미롭네요.”

지난 30일 오후 4시 국립현대미술관(국현)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내보낸 ‘미술관에 서(書): 한국 근현대 서예’ 전시를 본 한 온라인 관객의 소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휴관 중인 국현은 이달 12일 개막 예정이던 이번 전시를 온라인에 먼저 공개했다.

이번 전시는 1969년 개관 이래 국현의 첫 온라인 전시이기도 하지만, 서예 단독 기획전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서예, 전각, 회화, 조각, 도자, 미디어 아트, 인쇄매체 등 작품 300여점, 자료 70여점을 덕수궁관에 모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개막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전시를 기획한 배원정 학예사가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전시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유튜브 동시 접속자 수는 약 500명이었다. 유튜브 캡처
전시를 기획한 배원정 학예사가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전시를 설명하고 있다. 이날 유튜브 동시 접속자 수는 약 500명이었다. 유튜브 캡처

온라인 전시 반응은 의외로 긍정적이다.

전시를 기획한 배원정 학예사가 나서서 90여분간 전시작품 해설을 진행했고, 이 내용은 유튜브, 페이스북, 네이버에서 실시간 중계됐다. 이 생중계를 본 사람은 1만4,118명, 동시 접속자 수도 500여명을 넘겼다. 이날 아이들과 함께 온라인 전시를 봤다는 한 관객은 “미술은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너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줘 아이들도 즐겁게 전시를 봤다”고 소감을 남겼다.

서예적 필선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오수환의 ‘베리에이션(Variation)’ 등이 전시장에 걸려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서예적 필선의 조형적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오수환의 ‘베리에이션(Variation)’ 등이 전시장에 걸려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의외의, 파격적 작품을 찾는 재미도 있었다. 선글라스에 배꼽티를 입고, 한 손엔 휴대폰 다른 손엔 담배를 든 20대 여성의 모습을 그린 뒤 거기다 붓글씨를 남긴 장우성 작품 ‘단군일백오십대손’이 나오자 온라인 관객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서예가 붓글씨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저런 그림이 있으니 파격적이다’ ‘저런 서예 작품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등의 말이 이어졌다. 이응노의 ‘생맥’이나 이우환의 ‘동풍’, 오수환의 ‘베리에이션(Variation)’에서는 서양의 추상회화 같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소전 손재형(1903~1981), 소암 현중화(1907~1997), 검여 유희강(1911~1976) 등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들 작품이 소개되자 ‘필체에서 기백이 느껴진다’ ‘저런 작품도 있다니 놀랍다’와 같은 찬사가 쏟아졌다.

순수한 붓과 먹의 퍼포먼스로써 서예의 역동적인 필세를 보여주는 황석봉의 ‘선상에서 1,2’.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순수한 붓과 먹의 퍼포먼스로써 서예의 역동적인 필세를 보여주는 황석봉의 ‘선상에서 1,2’.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현으로서는 아쉬운 대로 만족할 만하다는 평가다. 한 관계자는 “미술관을 직접 가지 않아도 전시를 볼 수 있다는 것 못지 않게, 온라인 전시를 계기로 일반인들의 관심,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미술은 아무래도 시각예술인데, 카메라가 아무리 좋아도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는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번 전시 하이라이트 작품으로 꼽히는 초정 권창륜의 ‘적선지가필유여경’ 같은 대형 작품은 온라인만으론 작품이 뿜어내는 힘을 온전히 감상하기에 부족하다.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는 우수서(右手書)로 일가를 이뤘으나 오른쪽 반신 마비 때문에 좌수서(左手書)가 된 유희강의 작품도 실제 전시장에서 봐야 양손의 미세한 필체 차이가 눈에 들어온다.

전시 영상은 유튜브에서 언제든 다시 볼 수 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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