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현재까지 100만명이 넘는 미국인이 검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왜 한국보다 인구대비 누적 검사수가 적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미국은 현재 세계 어느 나라보다 훨씬 더 많이 진단했다”고 강조하면서 “미국 인구는 (한국보다) 훨씬 더 분산돼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오늘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역사적인 이정표에 도달했다. 100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검사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현재 하루에 10만개가 넘는 샘플을 검사 중”이라며 “다른 어떤 나라도 이르지 못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진단 속도는 신속진단키트 등의 개발에 힘입어 획기적으로 개선된 상황이다. 지난 18일만 해도 2만건에 머물던 일일 진단건수가 지금은 10만건으로 뛰어올랐다. 다만 인구 대비 진단비율은 우리나라에 아직 못 미친다. 이날 자정 기준 우리나라 누적 검사수는 약 39만5,000여건으로, 총 인구 약 5,184만명의 0.76% 수준이다. 반면 미국의 총 인구는 3억3,100만명으로, 절대적인 검사량은 우리의 2배가 넘지만 인구 대비 진단율은 훨씬 떨어진다.
이와 관련, PBS 방송 소속의 기자가 이날 ‘미국은 한국 등보다 인구대비 누적 검사수가 적다’고 지적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인구는 훨씬 더 분산돼 있고, 인구밀집도가 낮은 지역은 코로나19 영향도 덜하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은 광대한 농지를 갖고 있고, 이들 지역에서는 (코로나19 관련) 큰 문제가 없거나 전혀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다”며 교외 지역에서는 확산세가 덜해 진단이 필요하지 않았고, 따라서 진단 비율도 낮은 것이라는 식의 설명을 내놨다고 더힐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한국의 인구 밀집도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서울 인구가 ‘3,800만명’이라는 실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PBS 기자에게 “나는 누구보다도 한국을 잘 안다. 매우 빽빽한(tight) 곳”이라면서 “서울에 몇 명이 사는지 아나? 3,800만명의 사람들이 모두 함께 얽힌 채 살아간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힐은 “서울의 실제 인구는 1,000만명 내외로 추산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주말 사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긴급 승인을 받은 애보트 래버러토리스사(社)의 ‘5분 진단키트’를 이날 언급하면서 “그것은 게임 체인저다. 미국의 진단 능력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좋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의 준수 기간을 4월 말까지로 한 달 연장한다고 밝히면서 “매우 중요한 30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 모든 시민, 가족, 기업이 바이러스를 막는 데 있어 차이를 만들 수 있다”면서 지침 준수를 당부했다.
또한 미국 전역에 자택 대피 명령(stay at homeㆍ외출금지령)을 내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현재 미국에서는 3분의 2에 달하는 32개 주 정부가 자택 대피령을 내린 상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미국 전역에 발령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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