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돌아온 자국민들을 2주간 격리시키는 전용시설로 사용되고 있는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샹그릴라 라사 센토사 리조트&스파' 전경. 리조트 홈페이지 캡처

싱가포르인 영국 유학생 A씨는 최근 귀국했다. 그는 전용 차량을 타고 집 대신 하루 숙박비가 30만원 정도인 5성급 호텔로 향했다. 체크인이 이미 돼 있어 이름을 말하자 호텔 직원이 환영 쿠키와 방 열쇠를 건넸다. 다음날부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방 발코니에서 토스트와 스크램블 등으로 구성된 룸 서비스 아침식사를 했다. 미국에서 돌아온 B씨는 “킹사이즈 침대가 있는 8층 객실에서 해변과 수영장, 케이블카를 바라볼 수 있다”고 자랑했다. 현지 언론이 전한 자국민 입국자들의 2주 격리 현장이다.

31일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25일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귀국하는 자국민들에게 2주간 호텔 및 리조트 격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날 입국자는 1,200명에 달했다. 호텔 및 리조트 체류 비용은 전액 싱가포르 정부가 댄다. 해외 감염이 지역사회 감염으로 전이되는 걸 막고, 코로나19 사태로 손님이 끊겨 고전하는 호텔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싱가포르 국내에서 성장한 회사로서 어려운 시기에 국가 정책에 부응하고 국민들을 도울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현재 ‘격리 전용시설’로 확보된 객실은 7,500개로 힐튼, 인터컨티넨탈 등 특급 호텔 가맹점도 동참했다. 격리 전용시설로 활용되는 동안엔 일반 손님을 받지 않고 외부인의 출입도 완전히 차단한다. 격리 대상자들은 객실 안에서만 머물러야 해 수영장이나 헬스장 같은 시설을 이용할 수 없지만 세탁, 룸 서비스, 개인 쇼핑, 외부인이 맡긴 물품 배달 등 각종 컨시어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호화 격리’라 불릴 만하다.

외국에서 돌아온 싱가포르 국민들이 2주 자가 격리를 위해 정부가 지정해 준 호텔에 투숙하고 있다. 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정상회담을 한 싱가포르의 대표 관광지 센토사섬의 여러 리조트들도 격리 전용시설에 포함됐다. 예컨대 1박 비용이 40만~50만원대인 ‘샹그릴라 라사 센토사 리조트&스파’는 격리된 투숙객들이 발코니에서 보고 따라 할 수 있도록 호텔 직원들이 건물 앞 잔디밭에서 시범을 곁들인 운동 강습을 한다. 투숙객들의 우울증이나 고독감을 없애기 위해 직원들이 손수 쓴 격려 편지를 매일 객실에 배달한다. 아이들에겐 그림 및 만들기 재료가 제공된다. 24시간 현장 비상대응 팀도 있다.

격리 대상자들은 “이렇게 좋은 호텔에서 지내게 될 줄 몰랐다” “격리가 아니라 휴가다” “5성급 호텔이라 일의 능률이 더 오를 것 같다” “싱가포르인인 게 자랑스럽다” “이게 나라다” 등의 반응을 내놓았다. 한 호텔 임원은 “두려움은 이해 부족 때문에 발생한다”라며 “2주 격리는 예방 조치일 뿐”이라고 격리 대상자들을 위로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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