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지법 의회 통과… 무기한 비상사태 가능해져
14년째 헝가리를 통치하고 있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덕분에 무소불위 권력에 날개를 추가하게 됐다 일명 ‘코로나19 방지 법안’이 30일(현지시간) 의회를 통과하면서 사실상 독재의 길로 들어섰다는 평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헝가리 의회는 이날 정부가 선포한 국가 비상사태 시한을 없앤 코로나19 방지법을 가결했다. 친오르반 여당연합 ‘피데스’가 의석의 3분의2를 장악하고 있어 법안은 가볍게 의회 문턱을 넘었다.
법안 마련 취지는 감염병 대응에 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독소조항으로 가득하다. 우선 정부가 국가 비상사태를 무기한 연장할 수 있도록 했고, 이 때 의회 승인을 받게 한 기존 규정도 삭제했다. 질병 확산 억제를 명목으로 정부가 언제든 계엄령에 준하는 통제 조치를 강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때문에 야권과 인권단체, 유럽회의 등은 “독재정권에서나 볼 법한 초법적 권한”이라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사람을 최장 5년 동안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방안도 포함 됐다. 이 역시 비판 언론과 반(反)정부 세력을 옥죄는 수단으로 변질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벤스 레트바리 외교장관은 “새 법안은 어디까지나 코로나19와 관련된 사안으로 적용 범위가 제한될 것”이라며 남용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이날 야당이 낸 수정안은 모두 부결됐다.
오르반은 독재 플랜의 마무리 단계로서 판사 임용, 승진 등을 법무장관이 전담하는 행정법원을 만들어 사법부를 무력화하려다 국내외 강한 반발에 부닥쳐 지난해 말 결국 계획을 접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합법적으로 권력을 강화하는 행운을 얻게 됐다.
그는 1998년부터 4년 간 첫 총리를 지내고, 총선 패배로 물러났다가 2010년 다시 권좌에 오른 뒤 세 번 연속 승리해 총 14년간 재임 중이다. 사법 독립을 훼손하는 일련의 조치에도 낮은 실업률 등 경제상황이 나쁘지 않은 덕에 헝가리 내에서는 반대 여론이 크지 않은 편이다.
오르반은 이날 의회에서 “6월이나 늦으면 7월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법안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내달 중 경기부양책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헝가리는 지금까지 447명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왔으며 이 중 15명이 숨졌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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