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협상국장 명의 담화 통해 맹비난... “개인 논평으로 수위 조절” 분석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를 촉구한 데 대해 북한이 “망발”이라고 반발하며 “미국과 대화 의욕을 접었다”고 밝혔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외무성 신임 대미협상국장 명의 담화를 보도했다. 대미협상국장 직책은 처음 공개됐는데, 최근 신설된 자리로 보인다.
북한은 담화에서 25일(현지시간)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화상회의 후 폼페이오 장관 기자회견 내용이 대북 제재 압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쪽에서는 대통령이 친서를 우리 지도부에 보내오며 긴밀한 의사소통을 간청하는 반면 국무장관이 악담을 퍼부으면서 대통령의 의사를 깔아뭉개고 있으니 대체 미국의 진짜 집권자가 누구인지 헛갈릴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의 망발에 미국과의 대화 의욕을 접었다”며 “우리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회견에서 “북한의 불법적 핵·탄도 미사일 개발에 대응해 외교적,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며 북한의 협상 복귀를 촉구했다.
북한이 담화를 통해 북미대화 재개 가능성 선긋기에 나섰지만 ‘수위 조절’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담화도 국장급이 냈고, 표현 중간 ‘내가’라는 단어를 쓰면서 개인 논평임을 강조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 외무성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 관료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지만, 이번 담화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관료들을 분리 대응함으로써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협상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담화를 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공조를 제안한 사실이 지난 22일 공개된 상태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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