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부터 모든 입국자 의무화]
앱 설치해도 휴대폰 두고 이탈 가능
지역사회 감염 불씨될라 당국 긴장
정부가 4월부터 모든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하면서 해외 입국자 가운데 자가격리자도 덩달아 2배 이상 늘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해외유입을 막고자 보건당국이 꺼내든 카드인데, 전문가들은 자가격리자들의 무단이탈을 막고 관리인력을 늘리는 등 방역구멍을 최소화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30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 가운데 지금까지 해외유입환자는 총 476명이다. 이 중 검역단계에서 확인된 경우(42.4%)보다 지역사회에서 확인된 경우(57.6%)가 더 많다. 이날도 해외유입 확진환자 29명 중 13명만이 공항 검역단계에서 확진됐다. 나머진 지역사회에서 확인된 경우다. 무증상으로 입국한 뒤 지역사회에서 확진 판정받기까지 바이러스를 퍼트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에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모든 입국자에 대해 2주간 자가ㆍ시설 격리를 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자가격리 대상자가 지금(약 3,500명)보다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4월부터 하루에 7,000~7,500명 정도가 자가격리 대상자로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해외에서 들어온 입국자가 총 7,282명이었던 점을 감안한 수치다. 하루 입국자 규모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2주 후부턴 10만명 이상이 자가격리 대상이 된다.
관건은 현재의 행정력이 날로 늘어날 자가격리 대상자 수를 감당할 수 있느냐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앙정부도 공항 시설ㆍ인력 부족으로 유럽발 입국자의 공항 전수조사 방침을 이틀 만에 철회했는데 그보다 상황이 더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는 입국자가 늘 경우 자가격리 관리ㆍ감독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관광 등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줄고 해외 유학생이 이미 많이 들어온 만큼 현재의 행정력으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현 범정부대책지원본부 홍보관리팀장은 “자가격리자가 가장 많았을 때가 3만4,000명인데, 현재는 1만4,000명 수준이어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자가격리가 입국자들의 선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점도 방역구멍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실제 해외 확진자 중 일부가 아무런 경각심 없이 지역사회 곳곳을 돌아다닌 사례는 적지 않다.(본보 30일자 13면) 정부는 입국자 휴대전화에 위치정보시스템(GPS) 기능이 포함된 자가격리자 안전관리 어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면 격리 장소를 이탈해도 긴급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그간 헛점도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자가격리자가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나오면 앱으로 무단이탈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유학생 관리ㆍ감독도 한층 강화해야 하는 부분이다. 마스크 착용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유럽과 미국에서 주로 생활해 자가격리 지침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신종 코로나에 걸려도 크게 앓지 않는 젊은층이 대다수여서 새로운 지역사회 감염 불씨가 될 수 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해외입국자가 자가격리규정을 지키지 않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외국인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추방, 입국금지 등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정부는 확진 전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경기 수원시를 비롯해 4개 도시를 헤집고 다니며 23명과 접촉한 30대 영국인에 대해 강제추방과 입국금지, 손해배상 청구 여부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사전 예방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역사회 감염 확산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가격리 대상자에게 위치 확인용 스마트 팔찌를 착용토록 한 홍콩처럼 보다 강력한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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