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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회 한접시 구입… 생각보다 편리”일상으로 스며드는 ‘사회적 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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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회 한접시 구입… 생각보다 편리”일상으로 스며드는 ‘사회적 거리두기’

입력
2020.03.30 18:00
수정
2020.03.30 19:4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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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울 중랑구 서울씨티교회 인근 고등학교 주차장에서 신도가 차 안에서 두 손을 꽉 쥔 채 기도하고 있다. 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드라이브 인' 예배를 이날 처음 진행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서울 중랑구 서울씨티교회 인근 고등학교 주차장에서 신도가 차 안에서 두 손을 꽉 쥔 채 기도하고 있다. 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드라이브 인' 예배를 이날 처음 진행했다. 연합뉴스

지난 29일 오전 10시 50분 서울 중랑구 송곡고등학교 운동장에 자동차 120여 대가 줄지어 섰다. 차 안에서 라디오로 설교를 듣고 예배를 드리는 ‘드라이브 인(Drive-in) 예배’를 보기 위해 이어진 행렬이다.

운동장에 차를 댄 교인들은 재빠르게 라디오 주파수를 FM 107.3MHz에 맞췄다. “빵, 빵….” 조희서 서울씨티교회 목사가 운동장 단상에 올라 설교를 마친 뒤 “아멘”이라 읊조리자 운동장에선 기다렸다는 듯 차 경적이 터졌다. 따로 또 같이, 예배를 드리는 것에 대한 연대의 표현이다.

서울씨티교회는 서울에서 처음으로 이날 드라이브 인 주일 예배를 진행했다. 조 목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밀집 예배 자제란 정부 지침을 따르면서도 신도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 낸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로 쉬 바뀌기 어려울 줄 알았던 개신교의 예배 풍경마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시민사회가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밀집과 대면 위주였던 네트워크의 중심축은 이격과 원격으로 옮겨지는 추세다. 신종 코로나가 단발성 충격이 아닌 사회의 전반적 생태계를 뒤흔들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면서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도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운전자가 차에 탄 채 회를 주문하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삼염증 확산 여파로 '드라이브 스루' 판매장을 지난 26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운전자가 차에 탄 채 회를 주문하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삼염증 확산 여파로 '드라이브 스루' 판매장을 지난 26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음식 문화의 변화는 전통시장에서부터 시작됐다. 차에 탄 채 주문한 회를 바로 받는 노량진 수산시장의 ‘드라이브 스루’ 판매소엔 차량이 줄을 이었지만, 상가 내 식당은 대부분 텅텅 비어 있었다. 29일 오전 11시부터 문을 열어 오후 2시40분 까지 드라이브 스루에서 팔린 싱싱한 회접시는 243개로, 1분당 한 개 꼴로 나갔다.흑석동에서 자가용 자동차를 몰고 온 목(59)모씨는 “아무래도 가족끼리 식당에 가 먹기가 그래서 사러 왔다”며 “처음 이용했는데 생각보다 편리해 신종 코로나가 끝나도 식당보단 드라이브 스루를 더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곳은 IT업계다. 신종 코로나 확산세에 접어든 일본에선 지각변동이 포착됐다. 일본의 인터넷 대기업 G사 직원으로 지난달부터 재택근무 중인 메구미 히구치(25)씨는 최근 회사에서 건물 전기세가 절감됐으니 직원들에 일정 부분을 나눠주겠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그는 “사무실 규모도 줄이겠다는 논의가 회사에서 이뤄지고 있는 걸로 안다”고 귀띔했다.

반대로 찜질방과 공연업계 종사자 등 밀집이용시설 업주들은 신종 코로나가 환기한 비대면 바람에 속을 태우고 있다. 10년 넘게 K팝 공연 기획을 한 반(44)모씨는 “공연은 현장성과 밀집성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분야”라며 “이제라도 업종 변경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한탄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로 변한 생활양식의 변화는 적응과 진화라는 측면에서 지속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다만 그 변화는 노동 통제 즉 일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양극화의 길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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