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시한은 단지 열망일 뿐… 6월에 회복하는 길에 있을 것” 
 전문가 의견대로 4월까지 연장… “초기 대응 실패 방어용” 해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4월 30일까지 연장 의사를 밝혔다. 상황이 계속 악화하자 결국 보건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부활절(4월 12일)까지 경제 활동 정상화’ 고집을 꺾은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사망률이 2주 안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30일 종료되는 15일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관련) 가이드라인을 한 달 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그는 10명 이상의 모임과 여행ㆍ쇼핑ㆍ외식ㆍ사교적 방문 등을 피하라는 지침을 발표했고, 주(州)정부들은 이에 따라 자택대피명령 등을 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 지침의 완화를 거듭 주장하며 부활절 시한까지 제시했던 것과 달리 “전쟁에서 승리하기 전에 승리를 선언하는 것보다 나쁜 건 없다”며 “6월 1일에는 회복하는 길에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부활절 시한’에 대해선 “단지 열망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진 엄혹한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27일 10만명을 돌파한 코로나19 환자는 주말 이틀 새 무려 4만명 가까이 늘어 14만명에 육박했고, 사망자도 2,500명에 다가갔다.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소신 발언으로 유명한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오전 CNN방송에서 “현 상황으로 볼 때 10만명에서 20만명이 사망할 수 있고 감염자도 수 백만명이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TF 브리핑에서 “모든 데이터를 면밀히 조사해 지침 연장이 최선이라고 판단했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는 개인적인 경험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브리핑에서 이름을 거명하지 않은 채 건강했던 자신의 친구가 코로나19에 감염돼 혼수 상태에 있다며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터전인 뉴욕주 퀸즈의 엘머스트병원에서 몰려든 시신들을 처리하기 위해 냉동 트럭까지 동원된 TV 속 장면을 묘사하면서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더니 “이런 일은 이전에 본 적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를 독감과 자동차 사고에 빗댔던 트럼프 대통령이 아예 비관론의 강도를 높여 초기대응 실패를 방어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파우치 소장보다 한술 더 떠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2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진의 최근 보고서 수치를 거론하며 “사망자 수를 10만명 이내로 억제할 수 있다면 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정치권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침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CNN방송에 출연해 “트럼프가 초기 국면에서 심각성을 평가절하하고 어설프게 대응하는 사이 사람들이 죽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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