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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코호트 격리, 환자와 뒤섞여 멀쩡한 사람도 감염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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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코호트 격리, 환자와 뒤섞여 멀쩡한 사람도 감염될 판”

입력
2020.03.30 19:00
수정
2020.03.30 23:2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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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제이미주병원 간호사가 전하는 내부 사정]

확진자 133명까지 늘며 불안감… 간호사 “병실 격리할 상황 안 돼”

제이미주병원 의료진들이 11층 로비에서 환자복을 입고 건물 내에 코호트 격리돼 있다. 종사자들은 갈아 입을 옷이 없어 환자복을 입는다고 말했다. 제이미주병원 제공
제이미주병원 의료진들이 11층 로비에서 환자복을 입고 건물 내에 코호트 격리돼 있다. 종사자들은 갈아 입을 옷이 없어 환자복을 입는다고 말했다. 제이미주병원 제공

“멀쩡한 사람도 환자가 되는 판국인데 ‘코호트(동일집단) 격리’가 최선인가요. 양성 판정을 받아야 병원을 나갈 수 있는 것을 보면 청도대남병원과 다를 바 없습니다.”

대구 달성군 제이미주병원은 지난달 하순 대규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경북 청도 대남병원과 마찬가지로 외부와 단절된 폐쇄병동에 환자가 몰려있다. 제이미주병원의 확진자는 1, 2차 검사때 음성 판정을 받았던 종사자나 환자들이다. 병원에는 별도의 청정지역도 따로 없다. 26일부터 이곳에서 코호트 격리된 한 간호사는 “결국 양성과 음성 판정자가 뒤섞여 있었던 터라 병원 내 집단감염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확진 판정을 받아야 병원을 나설 판”이라고 내부 사정을 하소연했다.

제이미주병원 의료진들이 11층 진료실에 마련된 임시 소파에서 쪽잠을 자고 있다. 제이미주병원 제공
제이미주병원 의료진들이 11층 진료실에 마련된 임시 소파에서 쪽잠을 자고 있다. 제이미주병원 제공

병원에서는 “코호트 격리가 멀쩡한 사람도 환자로 만든다”는 불평과 불안이 터져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은 당초 병원 측에 종사자들이 자가격리와 코호트 격리 중 선택하도록 했고, 30여명의 종사자가 병원에 남아있다. 하지만 병원을 코호트 격리하면서 매번 전수검사를 할 때마다 확진자가 불어나고 있다.

“20일 종사자(72명)에 대한 조사 때는 모두 음성이었는데, 25일 확진자 1명이 나온 뒤 실시된 환자(286명)와 종사자 전수조사 이후 모두 75명으로 불어났어요. 코호트 격리 중인 29일 전수조사에서는 총 133명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니 환자나 종사자나 모두 무서워하고 있습니다.”

이 간호사는 “방역당국이 병실을 격리해서 청정구역을 만들라고 하지만 그럴 공간도 없고 그럴 상황도 못된다”고 푸념했다.

종사자들은 또 인력이 절반으로 줄었는데도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소, 대구시로부터 제각각 내려오는 주문에 환자 돌볼 여력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간호사는 “방역당국이 대체 의료진을 보충해주지는 못하면서 서류작업에 환자 이송 업무까지 맡기고 있다”며 “병원일에 도움이 안된다”고 불평했다.

제이미주병원 의료진들이 11층 로비에서 환자복을 입고 전달된 구호물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들 의료진들은 "음식을 취사할 수 있는 도구도 없고, 생쌀만 씹는 격"이라고 말했다. 제이미주병원 제공
제이미주병원 의료진들이 11층 로비에서 환자복을 입고 전달된 구호물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들 의료진들은 "음식을 취사할 수 있는 도구도 없고, 생쌀만 씹는 격"이라고 말했다. 제이미주병원 제공

종사자들은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대실요양병원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18일 제이미주병원도 전수조사를 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첫 조사 대상자는 종사자로 국한됐고, 그것도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검체검사를 하도록 했다.

이 간호사는 “방역당국이 환자 검체검사를 늦게 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300여명의 검체검사를 하려면 종사자 모두 매달려서 하루가 꼬박 걸리는데 환자 관리는 누구더러 하라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29일 3차 전수조사 때 보강된 보건소 검체 인력은 2명에 불과했다. 이 간호사는 “검체검사를 수 차례 하다 보니 알코올 환자들이 많은 9병동에서는 몸부림에다 욕설까지 터져나온다”며 “정신병동에서 1명 검체 검사를 하기 위해 보호복을 입은 종사자 3명이 매달려야 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간호사는 “종사자들도 하루 종일 일하고 24시간 병원에 갇혀 있다 보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 위험이 높다”며 “대체인력을 확보하지 못할 지경이면 종사자들도 출퇴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 관계자는 “제이미주병원의 환자들을 받아줄 곳이 없기 때문에 밀접접촉자인 종사자들도 같이 코호트 격리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라며 “확진자들은 코호트 격리되기 전에 감염된 후 잠복기를 거쳐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대구=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제이미주병원 의료진들이 11층 로비에서 환자복을 입고 건물 내 코호트 격리돼 있다. 제이미주병원 제공
제이미주병원 의료진들이 11층 로비에서 환자복을 입고 건물 내 코호트 격리돼 있다. 제이미주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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