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과학원이 29일 초대형 방사포를 시험 사격했다고 노동신문이 30일 보도했다. 뉴스1

온 세상이 코로나19 대응에 정신이 없는데 북한이 연거푸 긴장을 조성한다. 바야흐로 복합 위기의 시대다. 재난과 안보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다가온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사태가 있던 날, 구제역 최초 신고가 접수됐다. 공포와 분노의 분위기 속에서 구제역은 잊혔고 닷새도 안 되어 병원체는 전국으로 퍼졌다. 이번엔 코로나19 사태와 북한의 긴장 조성이 복합되고 있다.

북한이 왜 이러는지 추측이 무성하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최근의 시험 발사는 자충수에 가까워 보인다. 국제사회가 비난할 것이고 북한 내부용으로는 뭔가 싱겁다.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인다고 했는데 고작 단거리 발사체라니.

그럼에도 군 및 안보 관련 당국은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국민들은 공포를 주입하는 일부 언론에 호도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북한이 보여 주는 것에 몰두하면 걱정되게 마련이다. 북한이 자신들의 군사 동향을 보여주며 도모하는 정치적 효과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 능력이 강성해지는 것도 봐야 뱃심이 생긴다.

작년 8월, 연합뉴스는 북한 미사일 보유량을 800여발로 보도했다. 우리 미사일 수량을 밝히진 않았지만 북한보다 많다고 했다. 미사일 요격 자산도 상당 수준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동안 많은 이들은 북한이 1,000여발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800여발이라니 어찌된 일일까.

미국의 싱크 탱크 CSIS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은 12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아버지 시기의 40여발, 할아버지 시기의 10여발과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많은 수다. 북한군의 능력을 과시하는 데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미사일을 소모한 것은 아닐까.

아무튼 북한은 새로운 발사체를 계속 선보이고 있다. 미 정보 당국이 북한 미사일과 방사포를 명명하는 리스트가 KN-01부터 시작되어 KN-26까지 갔다. 새로운 발사체가 등장할 때마다 일부에서는 깊이 우려한다. 최근의 미사일은 풀업(pull-up) 기동을 하니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했고, 우리 F-35 기지를 타깃으로 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동의하지 않지만 핵탄두까지 장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주력 미사일은 여전히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이다. 전체의 80~90%를 차지할 이들 미사일은 모두 액체 연료를 사용한다. 발사 직전 연료 주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 한미 연합 전력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스커드의 경우는 탄두분리가 안 된다. 11m짜리 미사일이 통으로 날아오므로 우리가 요격할 확률은 크게 높아진다.

북한판 ATACMS 얘기가 나온 것이 작년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우리 군은 2000년대 초반에 미국으로부터 220발의 ATACMS(전술지대지 미사일)를 구매했다. 십수 년 전 일이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도 작년에 등장했다. 이와 견줘지는 우리 현무-2는 이미 10여년 전에 개발됐다. 북한이 고체 연료를 쓰는 미사일을 개발했다고 우려하지만 요즘 세상에 고체 연료는 기본이다. 그걸 이제야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 사실 난센스다.

상대의 최선의 모습과 자신의 최악의 모습을 비교하는 것은 일종의 자학이다. 안보 의식이 투철해지기보다는 자신감을 상실케 하는 효과가 더 크다. 미사일은 외양과 속도, 발사 당시의 화염으로 사람을 압도한다. 우리가 그 그림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선진국들이 코로나19에 허둥대고 있다. 우리만큼 대응하는 나라가 없다. 이 기세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10년 전 복합위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이 위기를 과감하게 돌파하고 그 기세로 북한도 제자리로 오게 하자. 다시 봄이 오게 말이다.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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