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 대실요양병원 집단감염에 종사자 72명 전원 검사했지만 모두 음성
나흘 뒤에 유증상자 나오자 2차 검사... 환자 60명 등 대거 확진 쏟아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90명이 발생한 대구 요양병원과 같은 건물에 있는 정신병원에서 27일 확진자 62명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외부와 단절된 폐쇄병동 입원 환자들이 대거 확진 판정을 받은 반면 종사자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아 미스터리 사건이 되는 듯 했지만, 이는 병원 측의 부실 검사에 의한 결과로 기우는 분위기다.
27일 대구시와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대구 달성군 제이미주병원에서 종사자 1명, 환자 61명 등 62명이 무더기로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신병원인 제이미주병원은 이 건물 8~10층에 폐쇄병동, 11층 원무과와 진료실, 12층을 개방병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의료진과 간병인 등 종사자는 72명, 입원 환자는 286명이다.
이 건물에 집단감염이 첫 확인된 것은 지난 18일이다. 제이미주병원 아래 3~7층을 사용하는 대실요양병원에서 2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후 이날까지 90명으로 늘었다.
대실요양병원 집단감염이 확인되자 제이미주병원에도 비상이 걸렸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21일 종사자 72명에 대해 실시된 전수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25일 유증상자 모니터링에서 3명의 유증상자가 나타났고, 이 중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전수조사가 진행됐다. 이날 62명의 확진자는 이 전수조사의 결과다. 당초 종사자 전수조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던 간병사 1명은 양성 판정을 받았고 검사결과가 애매한 환자 25명에 대한 재검사가 진행 중이어서 확진자는 추가될 수도 있다.
제이미주병원 감염경로는 묘연하다. 병원에 따르면 확진자 62명 중 60명은 8~10층 폐쇄병동 입원 환자고, 12층 개방병동에서는 간병인 1명과 환자 1명만 양성 판정을 받았다. 외부 출입이 금지된 폐쇄병동 환자만 60명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외부 접촉 가능성이 높은 이 병동 종사자는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건물에서 대실요양병원과 제이미주병원 환자끼리 접촉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1층 로비와 엘리베이터 정도가 종사자끼리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제이미주병원 관계자는 “대실요양병원 확진자 발생 소식을 듣고 19일부터 엘리베이터와 1층 로비까지 격리했다”고 말했다.
이날 대실요양병원에서 신종 코로나 검체검사를 담당했던 달성군보건소 직원 1명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제이미주병원에 매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이 직원은 아예 이 병원에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종사자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던 간병인은 며칠 뒤 양성 판정을 받고, 환자 60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폐쇄병동 종사자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는 기이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 직원이 유력한 매개체로 지목됐었다.
대신 ‘종사자 전원 음성 판정’에 대한 부실 검사 의혹이 제기된다. 방역당국이 제이미주병원 측에 검체진단키트를 제공, 병원이 자체적으로 검사를 하도록 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병원 측에 신종 코로나 검체 검사를 맡긴 것은 사실”이라며 “제이미주병원 종사자에 대한 추가 검사를 벌이면 확진자가 더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미영 보건소장은 “제이미주병원 의료진들이 자체 검사를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달성군보건소 관계자가 당초 “확진 판정을 받은 보건소 직원이 대실요양병원과 제이미주병원 모두 검체검사를 갔다”고 밝혔다가, “제이미주병원에는 가지 않았다”고 번복하는 등 감염경로 규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달성군보건소는 이날 보건소를 폐쇄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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