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거센 확산세에 우려 커져
中, 사실상 모든 외국인 입국 제한
정부 “입국 90% 이상 내국인” 소극
“비용이라도 물려야…” 지적도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연일 이어지고, 무증상 입국 후 확진자로 판정되는 경우도 잦으면서 ‘입국금지’ 요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는 ‘열린 방역’의 성과를 내세우지만 중국마저 국경을 걸어 잠그며 “우리만 독야청청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27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추가 확진자는 91명이다. 이중 해외 유입 사례는 20.9%(19명)였다. 해외 유입 비율은 25일 51.0%, 26일 37.5%로 최근 신규 확진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국내 상황이 주춤한 반면 미국ㆍ유럽 등지의 확산세는 거세지면서다.
우리 정부는 해외로부터의 유입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입국금지보다는 방역망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럽발 입국자 전원 진단검사를 실시한 데 이어, 이날 0시부터 미국발 입국자는 무증상이더라도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했다. 30일부터는 전세계에서 출발하는 한국행 비행기 탑승자를 상대로 발열 검사를 실시, 체온이 37.5도가 넘는 사람은 탑승을 불허키로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전체 해외유입 환자의 90%가 우리 국민인 점을 감안하면 당장 입국금지 같은 극단적 조치를 채택하는 데는 제약이 따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출입국관리법과 검역법에 따르면 감염병 의심을 이유로라도 내국인은 입국 제한 대상이 될 수 없다. 외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은 가능하지만, 이 역시 방역을 위해서라도 인구와 물자 이동을 지나치게 제한해선 안 된다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등에 비춰 적절치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20개국(G20) 화상회의에서 “과학자, 의사, 기업인 등 필수 인력의 이동을 허용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열린 방역’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역을 통과한 입국자가 지역사회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이미 광범위하게 입국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 이어 그간 국경을 막지 않고 방역한다는 점을 과시해 온 중국마저 28일부터 사실상 모든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제한하기로 했다. 외교부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날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항의했으나, 우리의 ‘열린 방역’ 입지는 한층 더 좁아지게 됐다. 의료계 일각에서 “이제라도 외국인 입국금지를 해야 한다, 의료진도 지쳤다”(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당장 입국금지가 어렵다면 이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외국처럼 비자발급을 제한하고 의료비와 자가격리 비용을 모든 입국자에게 부과하면 방역 문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현재 우리나라는 입국이 자유롭고 치료비 등을 전부 지원하고 있어 외국인과 유학생들에게는 매력적인 피난처”라며 “이들을 통한 집단감염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비자 발급 중단으로 외국인들의 입국 문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유학생들에겐 자가격리가 아닌 2주간의 공용시설 격리를 의무화 하고 격리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o@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