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기존 질서ᆞ법칙 대전환 분명
한국 찬사는 잠시, 각국 경쟁 치열 예고
대변화 기회 선점해야 방역 최후 승리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공조 방안 모색을 위한 G20 특별 화상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왕태석 기자

우리는 출구가 어디쯤 있는지 알 수 없는 터널을 통과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사회의 위기감과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금융ᆞ실물 경제의 추락과 미래 불확실성은 바이러스 이상의 두려움을 확산시킨다. 감염 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오랜 질서와 관습, 문화는 곳곳에서 흔들린다. 정말 우리를 견디기 힘들게 하는 건 이 싸움의 끝이 언제인지, 끝이 있기나 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캄캄한 터널 저편의 한줄기 빛을 갈구하는 이유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은 불확실성투성이다. 바이러스 정체 규명이 안 되니 치료제도 백신도 없다. 기존 방역망은 강한 전파력에 무력해졌다. 그로 인해 대면 접촉이 강한 소비 시장은 얼어붙고, 산업 현장이 멈췄으며, 글로벌 경제는 대혼란에 빠졌다. 막대한 재정 투입과 양적 완화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누구도 답하지 못한다. 이제는 ‘2008년 금융위기’를 뛰어넘어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라는 잿빛 전망이 가득하다. 하지만 인류가 언제까지 그렇게 당하기만 할까.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선방은 누구도 예상 못한 일이다. 물론 초기 혼선과 오판 문제로 논란과 비판이 있었다. 중국 전역 입국통제나 마스크 사용 지침 혼선 및 수급 혼란 등은 분명 사후에라도 따져볼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속한 진단검사 확대, 투명한 정보 공개, 강제가 아닌 시민 협력을 유도하는 지침 유지, 돌출한 신천지 집단감염 집중 대응 등은 분명 성과다. 해외 언론과 정치 지도자들의 평가와 상찬, 60%대의 ‘잘 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평가를 뒷받침한다. 부정적 평가도 엄존하지만, 4ᆞ15 총선을 앞둔 시기적 특성을 함께 감안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국내외의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깨를 으쓱할 때가 아니다. 벌써 해외의 평가를 정권 홍보나 정부에 대한 국민적 자긍심 심기에 과도하게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과 의료진에게 돌려야 할 공(功)을 정권 몫으로 포장하는 게 아니다. 변함없이 코로나19 퇴치에 진력하는 것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전개될 미래 대변화까지 분석ᆞ예측하며 전 세계와 벌이게 될 새로운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 능력 있는 정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말끔히 종식될지 알 수 없지만 기존 사회ᆞ경제적 문법을 뒤흔들 대전환의 도래는 분명하다. 코로나19 때문에 바뀐 주변의 일상을 보라. 기업은 재택ᆞ원격 근무가 확대됐고 학교도 원격 수업을 본격화한다. 온라인쇼핑과 스트리밍 서비스 수요가 폭증했다. 모두 ‘비접촉(untact)’이 핵심이다. 원격 진료 요구가 점증하고, BT(생명공학기술) 분야 연구와 관련 산업ᆞ서비스 개발이 활발해질 것이다. 필연적으로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이 가일층 속도를 낼게 분명하다. 산업 현장도 감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생산ᆞ서비스 체계의 스마트화를 추진할 것이다. AI(인공지능)와 로봇 중심의 미래사회 변화가 더 빨리 현실화할 수 있다.

김원준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최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포럼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세계 산업 구조를 바꿔 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령 핵심 부품 공급을 중국에 의지하던 기업들이 ‘글로벌 밸류체인’ 의존성을 줄이는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이 과정에서 각 국가의 자생 능력과 산업의 스마트 전환이 핵심이 될 것이며, “세계 산업 생태계가 재구성되는 것은 한국에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의 기회는 전 세계의 기회이기도 하다.

정부가 민간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사회ᆞ경제적 변화를 예측하고 국가 전략을 제대로 마련한다면 저성장에 빠진 한국에 재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시킬 수 있느냐는 오직 문재인 정부의 의지와 능력에 달렸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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