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새 8배 폭증해 중국 추원... 확진자 8만6000명 육박
미국이 26일(현지시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규모에서 중국을 추월했다. 1만명대에 올라선지 불과 일주일만에 8만6,000명에 육박하는 폭발적인 확산세로 ‘최대 발병국’이란 불명예를 안은 것이다. 특히 확진자 절반 가량이 몰린 경제 중심지 뉴욕주(州)는 그야말로 초토화된 상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부활절(4월 12일) 전 경제 정상화에 올인하고 있다.
미 존스홉킨스대의 실시간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확진자 수는 이날 오후를 기점으로 중국을 넘어섰다. 동부시간 27일 오전 2시 현재 8만5,991명으로 유럽 내 진원지 격인 이탈리아(8만589명)는 물론 발원지 중국(8만1,782명)조차 멀찍이 따돌렸다. 누적 사망자는 1,296명에 달했다. 무엇보다 증가세가 극도로 가파르다. 1월 21일 1호 환자가 나온 뒤 지난 19일 1만명 도달까진 두 달이 걸렸지만, 이후 8만명 중반대 돌파까진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가장 심각한 곳은 확진자가 3만9,140명인 뉴욕주다. 그 가운데 인구 860만명의 미국 최대도시 뉴욕시(2만3,112명)는 370명 중 1명 꼴로 감염됐고, 누적 사망자도 365명이나 된다. 대도시들이 포진한 캘리포니아주의 누적 확진자는 4,040명에 이르고, 지난달 말부터 일주일간 초대형 야외축제를 강행한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도 확진자 급증으로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앤 슈챗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수석 부국장은 “뉴욕 상황은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심각한 확산세가 트럼프 행정부의 안이한 대처 때문이란 비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심각성을 무시하다 초동 대처가 늦어졌고, 뒤늦게 진단검사 확대와 이동 제한 등에 나섰지만 이미 통제불능 상태로 치달았다는 지적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전체 인구의 절반을 포괄하는 22개 주정부가 자택대피명령을 내렸지만 확산세는 연일 가팔라지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보건당국을 비난하면서까지 코로나19 확산 방지 가이드라인을 완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도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절차를 곧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직전엔 주지사들에게 서한을 보내 “전국의 카운티를 고위험ㆍ중위험ㆍ저위험으로 나눠 저위험 지역의 경제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TF 브리핑을 일방통행 수단으로 활용하자 언론 매체들까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시애틀 라디오방송 KUOW 등은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며 생중계 중단을 선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유세의 대안으로 TF 브리핑을 활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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