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참석
文 “평화가 영웅 희생 보답하는 길”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서해를 수호한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은 애국심의 상징”이라며 “애국심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의 기반”이라고 헌사를 바쳤다. 2017년 취임 후 처음으로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을 향해 천안함 유족 중 한 명이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인지 말씀 좀 해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공식 입장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문 대통령은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5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 기념사에서 “총탄과 포탄이 날아드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영웅들은 불굴의 투지로 작전을 수행했고, 서로 전우애를 발휘하며 최후의 순간까지 군인의 임무를 완수했다”며 “영웅들이 실천한 애국심은 조국의 자유와 평화가 됐다”고 추도했다.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 등 서해에서 발생한 남북 간 무력충돌에서 희생된 용사 55명을 기리는 날이다.
문 대통령이 현충탑 헌화와 분향을 하던 중 천안함 용사인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씨가 갑자기 문 대통령에게 다가갔다. 윤씨는 “여적지(이제까지의 사투리) (정부가) 북한 짓이라고 해본 적이 없다. 늙은이의 한을 좀 풀어달라. 사람들이 누구 짓인지 모른다고 할 때마다 제 가슴이 무너진다”고 하소연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정부 입장은 같다”며 “걱정하시는 것은 저희 정부가 (살펴보겠다)”고 위로했다. 정부 공식 입장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서는 명백한 북한의 도발로 본다’는 것이다.
기념식은 시종일관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서해수호 55용사 묘역을 전부 돌며 헌화ㆍ참배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성우 천안함 유족회장은 문 대통령에 “와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선 2018년, 2019년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는 베트남 국빈방문 등 다른 일정 탓에 참석하지 못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남북 해빙 무드, 2019년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진전되던 상황이 문 대통령 행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평가가 없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 했다. 문 대통령은 “싸우면 반드시 이겨야 하고,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다면 우리는 그 길을 선택해야 한다”며 “가장 강한 안보가 평화이며, 평화가 영웅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한 안보로 반드시 항구적 평화를 이뤄낼 것”이라며 “확고한 대비태세로 영웅들의 희생을 기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진정한 보훈으로 애국의 가치가 일상에 단단히 뿌리내려 정치적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을 위한 예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이 국가유공자에 대한 추가 보상책 마련, 전상수당 5배 인상 등의 정책 방향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는 군의 충성과 헌신에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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