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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그곳에선] “드라이브 스루 활어회 또 안 파나요”

입력
2020.04.09 17:00
수정
2020.04.0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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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포항시 ‘강도다리’ 서울ㆍ수도권 공략 채비

경북 포항시가 양식어민들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판매했던 강도다리.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가 양식어민들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판매했던 강도다리. 포항시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가마다 손님이 없어 울상이다. 반면에 차에 탄 채로 싱싱한 활어회를 살 수 있게 해 대박을 터뜨린 횟집이 있다. 경북 포항시가 지역 ‘강도다리’ 양식 어민과 함께 꾸린 드라이브 스루 특설판매장 얘기다.

노상 판매장은 포항시 수산진흥과 직원들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코로나19를 검사하는 선별진료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낮은 바닷가로 관광객들이 몰린다는 말에 해안가 명소를 택했다. 회 세트에는 판매 당일 바로 손질한 강도다리회와 쌈채소, 초고추장까지 담았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달 14일 포항 남구 호미곶 해맞이광장 도로에서 첫 선을 보인 판매장은 문을 열고 4시간 만에 준비한 활어회 세트 300개가 동났다. 세트 하나에 장만한 강도다리는 3마리 1㎏로, 1분에 3마리 이상 팔린 셈이다. 다음날인 15일 남구 구룡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 차린 판매장에서 500개가 팔렸다. 일주일 뒤인 21, 22일에는 북구 칠포해수욕장에서 이틀간 준비한 3,000개를 모두 팔았다. 품목도 매운탕용 아귀 세트와 문어 숙회, 농산물 꾸러미로 확대했다.

경북 포항시가 지난달 14일 관광명소인 포항 남구 호미곶면 해맞이광장 도로에서 차량을 이용한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지역 어민들이 양식으로 키운 강도다리회를 판매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가 지난달 14일 관광명소인 포항 남구 호미곶면 해맞이광장 도로에서 차량을 이용한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지역 어민들이 양식으로 키운 강도다리회를 판매하고 있다. 포항시 제공

포항시는 여세를 몰아 서울과 경기 용인 등에서 드라이브 스루로 활어회 판매 행사를 연다.

정종영 포항시 수산진흥과장은 “‘회를 언제 또 판매하느냐’는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인구가 많은 서울 등 수도권을 공략하기 위해 지자체들과 협의를 끝냈고 날짜를 조율 중에 있다”고 말했다.

도다리는 봄이 제철이다. 산란기를 막 끝낸 3~4월이 가장 맛이 좋다. 알을 낳기 위해 영양분을 많이 축적해둔 덕분이다. ‘봄 도다리, 여름 민어, 가을 전어, 겨울 넙치’가 으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가자미과 생선으로, 표준명은 문치가자미다. 흔히 광어로 불리는 넙치와 비슷한데 눈의 위치가 다르다. ‘좌광우도’라 해 왼쪽에 있으면 광어, 오른쪽에 있으면 도다리다. 또 광어와 달리 이빨이 없다.

경북 포항시가 지역 양식 어민들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특별 판매했던 강도다리회 세트.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가 지역 양식 어민들과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특별 판매했던 강도다리회 세트. 포항시 제공

경북 동해안 어민들은 도다리 중에서도 강도다리를 주로 양식으로 키운다. 강도다리는 깊은 바다는 물론 바다와 강물이 만나는 곳이나 염분이 적은 강 하구에 서식한다. 특이한 생태적 습성으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질병에 잘 걸리지 않아 동해안 대표 양식 어종이 됐다. 강도다리를 키우는 어가는 형산강과 동해가 만나는 포항에 집중돼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수산업체 27곳에서 한 해 약 3,000톤을 생산한다.

강도다리는 제철 봄을 맞아 3~4월에 집중 판매된다. 포항지역도 절반이 넘는 1,800톤을 출하한다. 1년 반을 키워야 하지만 6~7개월 가량 키워 내놓는다. 봄이 가장 맛있는 철이기도 하지만 이상기후로 해마다 고수온이 일찍 찾아오자 폐사보다 낫다는 생각에 조기 출하한다. 지난해 여름 포항지역 강도다리 양식장 5곳에서 고수온으로 4만 마리 이상 폐사하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 2018년 8월 경북 포항의 한 수산업체 양식장에서 어민이 고수온으로 폐사한 강도다리를 건져내고 있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지난 2018년 8월 경북 포항의 한 수산업체 양식장에서 어민이 고수온으로 폐사한 강도다리를 건져내고 있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포항 강도다리 양식 어민들은 이번 특별 판매로 얻은 수익을 지역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앞서 회 세트 판매 후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포항의료원 의료진들에게 회 도시락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현찬 포항시어류양식협회장은 “‘궁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드라이브 스루라는 좋은 아이디어 덕분에 코로나19로 위축된 어민들과 상인들이 큰 힘을 얻었다”며 “이번 수도권 판매도 크게 성공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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