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국인 입국 전면금지 ‘검역 장성’
눈치보다 뒤통수 맞은 우린 맞대응 못해
해외 유입 줄이고 국민 생명 지켜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로 초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 깡패’다운 조치였다. 26일 밤 11시 중국 외교부는 28일 0시부터 외국인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불과 시행 하루 전 한밤중에 군사작전 하듯 전격 발표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를 공포에 빠지게 한 중국이 이제 자신들은 청정 지역이고 해외가 문제니 국경을 막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장본인인 중국이 오히려 ‘검역 만리장성’을 높게 세운 것은 적반하장이다. 그동안 미국 등 일부 국가가 중국인 입국을 막을 때마다 ‘과잉 조치’라며 반발했던 중국은 스스로 모순되는 조치를 내놨다. ‘내로남불’의 결정판이다.

중국은 원래 그런 나라다. 중국의 위기 대응법은 항상 문을 닫고 담장을 높이는 식이었다. 북방 이민족의 침입을 막겠다며 산꼭대기 국경선을 따라 만리도 넘는 돌담을 쌓은 나라다. 끊임없는 내란과 전쟁, 역병의 창궐에 경계와 봉쇄가 체질화한 중국인은 지금도 아파트 현관문을 철창처럼 이중 삼중으로 설치한다. 이른바 ‘담장 문화’다. 인구 6,000만명의 후베이성 전체를 봉쇄한 것도 이런 역사적 배경 아래 가능했다. 이 때문에 중국을 아는 이들 중엔 중국이 먼저 한국에 대해 국경을 닫는 일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을 하는 이가 많았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가장 난감해진 것은 우리다. 방역 전문가와 국민의 요구에도 문재인 정부는 우한을 제외한 중국발 입국자를 막는 데 소극적이었다. 지금도 우한이 아닌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발열 체크와 연락처 확인 등의 특별입국 절차만 시행하고 있다. 전원 진단검사를 받는 유럽발 입국자보다 가벼운 조치다. 미국발 입국자도 유증상자는 진단검사, 무증상자는 자가격리 후 증상 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먼저 우릴 막고 나섰으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게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베이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주요 20개국 특별 화상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국은 이날 밤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베이징=AP 뉴시스

그동안 중국을 세심히 배려해 온 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사전 귀띔이나 통보도 받지 못했다. 우리 외교부는 27일 오후에야 뒤늦게 주한중국대사를 초치했다. 뒤통수를 맞고도 중국에 맞대응을 하지 못한다면 상처 입은 국민의 자존심은 어디서 치유받나. 이젠 더 이상 눈치보지 말고 철저한 상호주의에 입각해 우리도 중국인의 입국을 막아 국가 대 국가의 대등한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때다.

일본이 우리를 막았을 때와 비교하면 일관성 문제도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해 한국인 입국 제한 강화에 강력 항의했다. 이례적이었다. 그런데 막상 중국이 우릴 막은 날 외교부는 김건 차관보가 유감을 표해 수위를 조절했다. 중국에 대해선 무지하고 일본에 대해선 감정만 앞세운다는 평가도 나온다.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검역에 구멍이 난 사이 불안감이 커진 국민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야 했다. 이런 사이 지난 25일 확진자 100명 중 해외 유입이 51명으로 국내 확진자를 추월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우리가 아무리 개학까지 미루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열심히 실천해도 외국인 입국을 허용하는 한 방역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다. 해외 입국자에 대한 진단비(15만원)와 치료비(중증 기준 5,500만원 안팎)를 국민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많다. 피로도가 쌓여 우리 국민을 치료할 여력도 없는 의사들이 외국인을 돌봐야 하는 사정도 납득하기 힘들다. 한국인 해외 유학생의 귀국까지 막을 순 없지만 우한 교민처럼 연수원에 2주간 격리시킨다면 그 수는 급감할 것이다. 외국인 입국자의 자가격리가 제대로 지켜지는지도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한옥의 담장은 중국 일본의 그것에 비해 매우 낮았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 중이다. 개방과 소통의 문화를 자랑할 때가 아니다. K-방역의 성과를 홍보하느라 시급한 조치를 머뭇거리다가 자칫 희생이 더 커지는 일이 없길 바란다. 국민 안전과 생명보다 더 중한 건 없다.

박일근 뉴스2부문장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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