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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이우정 사단의 이유 있는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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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이우정 사단의 이유 있는 변주

입력
2020.03.2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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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신원호•이우정 사단의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tvN 제공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신원호•이우정 사단의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tvN 제공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내놨다 하면 흥행에 성공해 온 자타공인 ‘히트 메이커’ 신원호·이우정 사단의 변주일까.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전개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12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 지기 친구들의 케미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지난 2018년 종영한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이어 두 번째 ‘슬기로운’ 시리즈로 선보여진 이번 작품은 첫 방송 6.3%로 출발한 이후 매 회 시청률 상승세를 기록하며 지난 26일 방송에서는 평균 시청률 8.6%를 기록했다.

이 같은 상승세의 가장 큰 이유는 ‘면면이 살아있는 캐릭터’들과 이를 탄탄한 연기력으로 그려내고 있는 배우들의 힘이다. 신원호 감독, 이우정 작가의 전작들이 그래왔듯 ‘슬기로운 의사생활’ 역시 어느 인물 하나 허투루 등장시키지 않는다.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를 중심으로 인물들의 관계가 얽혀있긴 하지만, 출연 배우 모두가 자신만의 서사를 가지고 작품 내에서 적지 않은 존재감을 발산 중이다.

얼핏 ‘응답하라’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독특하게 만드는 지점은 바로 이야기 전개 방식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경우 매 시즌 초반 여자 주인공의 미래 남편 찾기라는 중심 서사를 던졌으며,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슈퍼스타 투수에서 하루아침에 교도소 수감자가 된 주인공의 서사를 이야기 초반부터 제시하며 작품의 중심을 이끌었다.

하지만 현재 3회까지 방송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작품의 근간이 되는 서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남편 찾기도, 주인공의 위기 탈출이라는 미션도 없다. 대신 다섯 명의 의대 동기들과 그 주변 인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그린 짧은 에피소드들이 촘촘히 엮여 매 회를 완성한다. 그간 시청자들이 메인 서사에 대한 다양한 추리를 이어 나가도록 다양한 ‘떡밥’을 던지며 작품을 이끌어 왔던 신원호·이우정 사단답지 않은 행보다.

이 같은 전개 방식은 첫 방송 이후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나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연속되는 작품 전개 방식에 지루함을 표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이들은 소소함에서 오는 힐링과 배우들의 살아있는 연기가 주는 재미에 만족감을 표했다.

다양한 의견을 낳은 ‘중심 서사 부재’의 이유는 앞서 제작발표회 당시 신원호 감독이 언급했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기획 방향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당시 신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주 1회 방송과 시즌제를 동시에 염두에 두고 시작했다”며 “드라마 자체의 포맷과 형식을 바꿔 ‘끝이 정해져 있지 않은 드라마’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생각에 기획했다. 기존 작품들과 달리 끝을 열어놓고 생각해 나가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와 구성 방식이 탄생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장기적인 시즌제를 위한 기획에서 소위 ‘미션이 마무리 되면 작품 역시 마무리 돼 버리는’ 중심 서사를 통한 전개 방식을 탈피한 변주는 불가피 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흥행 불패’ 신화를 써온 신원호·이우정 사단에게도 이번 작품은 큰 도전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매 회 디테일과 감정선이 살아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배우들 간의 촘촘한 관계성 성립을 통해 초반 시청자들의 호불호를 극복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다소 낯설지언정,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해 나가기 위해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선 신원호·이우정 사단. 시청률로 대변되는 단편적 성취를 넘은 진정한 ‘어나더 클래스’의 품격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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