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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신천지 반대 땐 폭행 유도ㆍ신고” 신도 매뉴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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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신천지 반대 땐 폭행 유도ㆍ신고” 신도 매뉴얼 있었다

입력
2020.03.28 04:30
수정
2020.03.28 07:4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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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간 신천지 관련 확정 판결문 105건 분석] 

 남편에 폭행당했다던 신자 “신천지 내부지침 따라 거짓 고발” 

 사건유형 ‘反신천지 시위 마찰’‘가족 구출 관련’ 1ㆍ2위 

 포교 위해 “남친 성매매” 모함도… “신천지 거짓말 반사회적”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의 기자회견이 열린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평화의 궁전 앞에서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심현철 코리아타임스 기자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의 기자회견이 열린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평화의 궁전 앞에서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심현철 코리아타임스 기자

종교와 세속의 영역은 다르다. 어느 한쪽의 잣대만으로 다른 한쪽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하다. 각각을 구성하고 지탱하는 규범과 문화, 질서, 가치 등에는 분명 공통분모가 있으면서도 근본적인 차이도 함께 존재한다. 그럼에도 현대 사회에서 두 영역은 커다란 충돌 없이 공존하고 있다. 정치권력과 교회권력의 분리로 확립된 세속주의 이념이 ‘종교의 자유’라는 개인의 권리를 낳았고, 이는 다시 개별 종교 활동에 대한 국가의 개입 최소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정 종교가 자신의 원칙만을 내세우며 사회의 안전이나 시스템에 위협을 가하게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최근 들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그런 경우다. 지난달 중순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실이 드러난 직후, 신천지 측은 방역당국의 협조 요청에 제대로 응하지 않아 ‘신종 코로나 확산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을 비롯한 지도부 13명을, 대구시도 신천지대구교회 측을 각각 고발함에 따라 형사처벌될 위기에 놓여 있다. 종교단체가 이른바 ‘세속법’의 심판대에 설 수도 있는 처지가 된 셈이다.

한국일보는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 사법 영역에서 다뤄진 신천지 관련 사건들을 살펴보기 위해 최근 5년간의 법원 판결문 105건을 확보해 분석했다. ‘대한민국 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 시스템에서 2015년 1월~2019년 12월 선고된 확정 사건 판결문을 일일이 검토한 결과, 형사 사건(91건)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민사 사건과 행정 사건은 각각 10건, 4건에 그쳤다. 판결문은 모두 비(非)실명 처리돼 있다.

 ◇“신천지 교육대로 경찰선 ‘맞았다’ 허위진술” 

형사 사건 판결문에 등장하는 신천지의 모습은 다양했다. 신천지 교인이 기소돼 피고인이 됐던 경우는 3분의 1이 넘는 36건이었고, 피해자인 경우는 21건으로 집계됐다(양쪽 모두 해당하는 경우는 5건). 사건에 제3자로 연루된 사례는 16건이었다. 나머지 판결문 23건에선 신천지가 직ㆍ간접적 관련성이 없었으나, 한 건을 제외하곤 모두 관련자들로부터 ‘부정적 이미지’로 묘사돼 있었다.

최근 5년간 신천지 관련 확정판결 형사사건 91건 유형. 그래픽=박구원 기자
최근 5년간 신천지 관련 확정판결 형사사건 91건 유형. 그래픽=박구원 기자

가장 눈에 띄는 사건은 2017년 9월 춘천지법 원주지원의 부부 간 폭행 판결이었다. 해당 판결문에 기재된 피고인 A(남편)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요약하면 이렇다. “A씨는 2016년 2월 잠을 자던 아내 B씨를 깨워 ‘종교문제를 해결하자’며 상담소에서 함께 상담을 받자고 얘기했다. 하지만 아내 B씨가 이를 거절하자 주먹으로 B씨 머리를 수차례 때려 2주간 치료를 요하는 머리부분 손상 등의 상해를 가했다.” 당시 B씨는 신천지 교회를 다니던 상태였다.

경찰 조사에서 아내 B씨는 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고, 머리에 난 상처 사진과 병원 진단서도 제출했다. 남편 A씨는 줄곧 “아내가 머리로 내 턱을 들이받은 것”이라고 강변했으나, 먹히지 않았다. 검찰로선 B씨의 일관된 진술, 관련 증거 등에 따라 A씨를 재판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법정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B씨가 “남편으로부터 폭행당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신천지 교회에서 ‘남편이 종교생활을 반대하면 폭행 사건으로 경찰에 신고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사실은 내가 남편 머리를 들이받았고, 그래서 상처가 났다” 등의 설명을 덧붙였다. 재판부는 “아내의 법정 진술이 남편의 주장에 부합하고, 거짓이라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며 “범죄 증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결국 폭행 가해자로 몰렸던 남편 A씨에겐 무죄가 선고됐고, 이 사건은 그대로 확정됐다. 신천지가 내린 지침에 따라 남편을 무고했던 아내가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돌린 셈이다.

이 같은 신천지 내부 지침이 기록된 판결문은 분석 대상 105건 중 딱 한 건뿐이라 섣불리 일반화하긴 힘들다. 하지만 한때 신천지 내부에 깊숙이 몸을 담았던 관계자의 증언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판결문 내용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20여년간 신천지에 있으며 최고위직인 교육장에까지 올랐다가 탈퇴한 뒤, 지금은 구리이단상담소장을 맡고 있는 신현욱 목사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아내의 신천지 활동을 반대하면, 남편의 폭력ㆍ폭언을 유발하도록 교육을 시킵니다. 그걸 녹음한다거나 사진을 찍어 증거를 모으고, 그걸로 경찰에 신고를 하도록 하는 거죠.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이혼소송을 내면 귀책 사유는 폭행한 남편한테 돌아가요. 이혼하고, 위자료 청구가 되고, 재산분할이 이뤄지게 하는 겁니다. 이건 기본적인 매뉴얼이에요.” 신도들이 직면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치밀하게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 두고 있다는 의미다.

신천지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신천지 총회본부 관계자는 “총회본부에서든, 각 지파에서든 교회 내 성도들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면 이렇게 하라’는 식의 지침을 내린 적은 없다”고 밝혔다. 가족의 반대를 비롯, 어떤 상황에 대해서든 교회 차원에서 전파하는 행동 가이드라인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2018년 11월 18일 경기 고양시 일산 신천지 시온기독교센터에서 6개월 과정의 성경 공부를 마치고 108기 신천지 신규 입교자가 된 5,949명의 수료식이 열렸다. 포교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교세 확장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신천지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듯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8년 11월 18일 경기 고양시 일산 신천지 시온기독교센터에서 6개월 과정의 성경 공부를 마치고 108기 신천지 신규 입교자가 된 5,949명의 수료식이 열렸다. 포교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교세 확장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신천지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듯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피해자 가족 시위에 “알바인 것 알아” 모욕 

그럼에도 신천지가 ‘가족 반대 시 대처법’ 교육까지 행한다는 말이 나오는 건 그와 같은 사례가 부지기수라는 걸 방증한다. 현대종교이사장인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신천지 내부에선 가족 구성원의 가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며 “신도의 교회 출입을 가족이 막으면, 신천지에선 집단적으로 대응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신천지 교인의 가족이 반대 시위에 앞장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분석 대상 형사 판결문 91건 중 최다 사건 유형 1, 2위는 ‘신천지 반대 시위 과정에서의 마찰’(29건)과 ‘신천지에 빠진 가족 구출 관련’(21건) 사건이었는데, 두 성격이 중첩된 경우도 상당수였다.

그러나 신천지 측은 시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0월 서울 영등포구에서 집회를 하던 신천지피해가족연대 회원 6명을 향해 “여러분들 알바인 것 다 알아. 알바 하느라 바쁘시네”라고 조롱했던 한 신천지 전도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모욕 혐의로 서울남부지법에서 벌금 70만원형을 선고받았다. 또 2014년 8월에는 신천지 비판 전단지를 배포하던 차량을 신천지 교인 3명이 다른 신도들과 함께 둘러싸고 “차 안에서 나오라”고 소리치면서 위협하고, 40분간 이동하지 못하도록 한 사건도 있었다. 광주지법은 이듬해 5월 이들 가운데 두 명에게 벌금 400만원을, 다른 한 명에겐 벌금 15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심지어 반대 시위자를 압박하기 위해 ‘위력 과시’에 나선 경우도 있었다. 2014년 5월 강원 원주시의 한 신천지교회 섭외부장이었던 C씨는 시위자가 운영하는 업체와 유지보수 계약을 맺은 회사를 찾아가 “계약을 해지하지 않으면 한 달간 신천지 사람 300명을 데려와 집회를 열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그는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고,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신천지 반대 시위 마찰 형사사건에서의 신천지 지위. 그래픽=박구원 기자
신천지 반대 시위 마찰 형사사건에서의 신천지 지위. 그래픽=박구원 기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강제 포교’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사례도 있다. 2015년 7월 D씨는 결혼을 앞둔 지인에게 “지금 만나는 남자 조심하세요”라면서 예비 신랑이 성매매를 하고, 자신을 임신시켰다는 허위 사실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사흘간 무려 24차례나 보냈다. 신천지로 끌어들이기 위해 불안감을 심어 주려는 의도였다. D씨에겐 결국 벌금 400만원이 선고됐다. 신 목사는 “신천지는 신도가 전도의 열매를 맺는지, 맺지 못하는지를 믿음의 척도로 삼고 있어 교인들도 전도에 혈안이 돼 있다”며 “지인들이 신천지로 넘어올 가능성을 따져 보고 분류한 뒤 표적으로 삼는다”고 했다.

반대로 신천지가 ‘전도 대상’으로 삼았던 인물이 불법 행위를 하기도 했다. 대기업 직원이었던 E씨는 신천지를 신봉하는 직장 선배 2명의 강제 포교 문제로 힘들어하다가 결국 증거자료 확보를 위해 2015년 7월 그들의 컴퓨터에 몰래 접속, 두 사람 간 메신저 대화내용을 수집해 상급자에게 보냈다.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E씨에 대해 법원은 선고유예(벌금 50만원) 판결을 내렸다. 범행 동기와 경위를 어느 정도 참작해 준 것이다.

형사사건이 아닌, 행정소송에서도 주목할 만한 판결이 발견됐다. 신천지는 2013년 총회본부가 있는 경기 과천시 소유 건물에 대한 재산세 등 2,100여만원의 세금을 취소해 달라며 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해당 건물은 종교 사업에 사용되는 만큼, ‘비과세 대상’이라는 주장이었다. 1심은 신천지의 손을 들어 줬지만, 2심은 “운동시설에서 종교시설로 건물의 용도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있다”며 신천지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오히려 신천지가 건물 용도에 대한 법적 규제를 어기고 불법 사용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신천지 교인 강제감금… “가족 되찾으려는 것” 

신천지 교인들에 대해 부당한 ‘폭력’이 가해진 사례들도 있었다. ‘신천지에 빠진 가족을 사이비 종교에서 구해 내겠다’는 명목으로 신도를 감금한 뒤, 강제 개종을 시도한 경우다. 2015년 5월 F씨는 외가 친척들에게 “엄마(G씨)가 신천지 교회에 다닌다”며 도움을 요청했고, 석 달 후 가족은 행동에 나섰다. G씨의 큰언니는 “내 아들이 구한 원룸을 같이 보러 가자”고 거짓말을 한 뒤, G씨를 차에 태우고는 해당 원룸으로 데려가 강제로 밀어 넣었다. G씨는 ‘날 보내 달라’고 요구했으나, F씨와 큰이모, 큰이모부, 외삼촌 등은 개종 교육을 받으라고 요구하며 69시간 동안 그를 가두었다. 이 과정에서 방을 나가려는 G씨에 대한 상해도 가해졌다.

신천지의 ‘위장 포교’ 활동을 드러내고 있는 내부 문서. 이른바 ‘추수꾼’이 투입된 교회(이방교단)와 절(타종교)의 이름은 물론, 활동 내역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서울시 제공
신천지의 ‘위장 포교’ 활동을 드러내고 있는 내부 문서. 이른바 ‘추수꾼’이 투입된 교회(이방교단)와 절(타종교)의 이름은 물론, 활동 내역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서울시 제공

광주지법은 2016년 4월 공동존속감금과 공동존속폭행 혐의로 기소된 G씨 가족 5명에 대해 벌금 100만~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종전과 같은 가족 관계를 유지하길 원하는 심정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피해자를 69시간 동안이나 감금한 것은 신체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고, 이를 존중받으려는 피해자에게 적지 않은 심리적 상처를 줬다”고 덧붙였다.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도를 넘어선 행위였다는 지적이다.

유사 사건은 또 있다. 2017년 5월 신천지 교인 H씨의 부모와 삼촌, 고모는 강제 개종 교육을 위해 H씨에 대한 감금을 시도했다. 수면제인 졸피드정 2정을 가루로 만들어 한약에 몰래 타 마시게 한 뒤, 그가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에 펜션으로 끌고 간 것이다. H씨는 “여기 어디예요. 저 나가고 싶어요. 제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거잖아요”라면서 몸부림을 쳤으나, 오히려 가족은 청테이프와 압박붕대 등으로 그를 결박하며 개종 교육 동의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했다. 해당 펜션과 인근 교회 사택에서 1ㆍ2차로 이뤄진 감금은 21일간 계속됐다. 법원은 가족에 대한 H씨의 처벌 불원 의사 등을 감안, 피고인들에게 벌금 50만~1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탁 교수는 이와 관련,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한 개인의 선택을 다른 가족들이 되돌리고자 실정법상 위법 행위까지 했다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만희 총회장을 신격화하는 신천지에 빠지면 직장을 그만두고, 수입의 대부분도 헌금으로 내는 일이 허다하다 보니 부정적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고, 과격한 방법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더욱 심각한 건 신천지가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자신을 감추면서 전도를 한다는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종교 선택의 자유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가족들로선 ‘신천지가 강제 개종을 했고, 우리는 가족을 되찾으려는 것’이라고 인식하게 된다는 뜻이다.

결국 신천지의 가장 큰 문제는 신천지 교인임을 숨기고 다른 교회에 위장 침투하는 이른바 ‘추수꾼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신현욱 목사도 “정체를 숨기고 몰래 위장해 다른 교회에까지 침투하는 이단 종교는 신천지가 유일했고, 그래서 악명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탁 교수는 이렇게 강조했다. “아무리 종교적 가치가 중요하다고 해도 가족한테 거짓말을 하고, 학업과 직업, 가정을 포기하는 게 상식적인가요. 신천지의 반(反)사회성을 봐야 해요. 신천지의 키워드는 바로 ‘거짓말’입니다.” 종교적 시각에 입각해서가 아니라 ‘상식’이라는 세속의 관점에서 볼 때 비로소 신천지 문제의 본질이 보인다는 얘기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강보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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