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재난소득보다 선별집중지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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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재난소득보다 선별집중지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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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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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 앞서 홍남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다. 관광, 문화 산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의 위축에 더해 대외 상황도 급변하면서 제조업 생산과 수출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곤혹스럽기 그지없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데 있다 보니 경기부양을 위해 사용하던 전통적인 수요 진작 정책을 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가계소비를 늘리는 세제지원 등의 인센티브나 직간접적인 소득 보조는 외부 활동과 일정 부분 연결될 수밖에 없어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저해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상춘객을 맞이하던 봄꽃 축제를 줄줄이 취소하고, 정부가 종교 활동까지도 행정명령을 통해 억제하려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정부는 정당한 사유가 없이 자가격리를 위반할 경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고발조치하고, 외국인의 경우는 강제 출국시킨다고 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최우선에 둔 불가피한 선택이다.

수요 진작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은 공급자 지원이다. 즉,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될 때까지 자영업자와 기업의 도산을 막고 고용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 전체가 어렵다 보니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자영업자든 기업이든 오래 잘 버티는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버티기’ 모드다. 정부가 기업의 자금애로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민생 금융안정 패키지로 100조원을 투입하는 이유다. 한국은행도 다음달부터 6월 말까지 환매조건부채권(RP)을 무제한 매입하고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과 대상증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시중에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의 확대와 자영업자에 대한 현금지원도 공급자 지원책의 하나다.

재난기본소득 도입여부를 놓고 한창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재난기본소득은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 모두에게 조건 없이 일정 금액의 현금을 나눠 주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재정건전성 훼손과 재원조달 방안을 차치하더라도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우선, 소득보조는 가계의 소비활동을 늘리자는 것인데, 이는 분명 대중의 대외활동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최우선 순위인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상충한다. 둘째, 재난기본소득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에는 턱없이 작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1,000달러가 넘는 현금을 나눠 줄 수 있는 ‘금수저 나라’가 아니다. 대상이 넓어질수록 재난기본소득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소득보조가 공급자 지원 관점에서 코로나19로 직접적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체 근로자 등에게 선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무엇보다 재난기본소득은 형평성과 지속성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긴급생활안정자금으로 명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원 대상의 선별은 몇 주 만에 마스크 대란을 진정시킨 행정력을 믿어 봄직하다. 진행과정에서의 착오는 상황에 맞게 대응하면 될 일이다. 긴급생활안정자금의 지원을 지방정부가 하든 중앙정부에서 하든 결국은 세금이다. 계획과 기준은 중앙정부가 마련하되 실제 집행은 지방정부가 하면 보다 빠른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현 경제 상황은 국민 경제의 특정 부문에 문제가 생겨 경기가 급락한 것이 아니므로 코로나19가 잡히기만 한다면 경제상황은 일거에 전환될 것이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대외활동도 크게 증가할 것이고 가계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기업의 투자도 힘을 받을 것이다. 그때까지 국민 모두가 건강하게 버틸 수 있어야 하는데,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재난기본소득은 부작용이 많은 백신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처를 잘 다스릴 수 있는 선별적인 치료제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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