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ㆍ가상화폐 등 수법 동원... 전문가 “범죄집단 규정해 강력 처벌해야” 
미성년자 등 여성을 협박해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과 일당의 범죄 행각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이전의 온라인 성범죄와 다른 잔인하고 치밀한 수법이 충격을 주고 있다. 부하직원까지 동원해 피해 여성들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텔레그램ㆍ가상화폐 등 사이버 수단을 활용해 조직적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에서 온라인 공간에서 진화한 ‘디지털 조폭’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도 디지털로 무장한 새로운 범죄 집단이라며 강력한 처벌과 대응을 주문했다.

26일 경찰 수사 결과를 종합하면, 주범 조씨의 박사방 운영 방식은 조직범죄의 성격을 띠고 있다. 텔레그램에 활개치던 ‘n번방’을 모방해 박사방을 개설한 조씨는 성착취 피해 여성들이 남긴 디지털 기록을 활용해 성폭행은 물론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범죄 행각에는 박사방 유료회원이던 직원들까지 동원했다. 장석헌 순천향대 경찰행정학 교수는 “위계질서와 영리를 추구, 조직원 공동의 목적이라는 조직범죄의 3대 요소를 모두 갖췄다”고 설명했다.

조씨 일당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텔레그램이라는 온라인 공간을 만나 한층 진화했다. 과거 온라인 성범죄가 음란물을 유통시키는 수준이었다면 보안성이 강화된 텔레그램에서는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노예화하고 성착취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제작하는 상상 이상의 범죄가 가능해졌다. 비밀방에 들어온 이용자들에게 가상화폐를 요구하면서 단속의 눈길도 피했다. 메신저로 공범을 모집하고 피해자를 물색하는 방식을 도입하면서 피해는 전국적으로 넓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박사가 익명화된 가상화폐로 금전거래를 하면서 공범들을 추적하기도 어려워 졌다”고 말했다.

25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 성범죄가 디지털 조폭으로 진화하면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졌다. 조씨 일당은 피해자 개인정보를 무기로 온ㆍ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위해를 가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조씨는 피해자 신원까지 노출해 수요자들의 성적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고 성착취물 수위를 높이는 용도로 활용했다”며 “피해자들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데도 범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공간의 성범죄가 디지털과 결합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하면서 수사당국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신성연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텔레그램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조주빈 이전 수많은 가해자들을 너그러이 방면한 검찰과 법원이 사실상 조직범죄인 텔레그램 성착취 네트워크를 유지시킨 원인”이라며 “검찰은 가능한 모든 법을 동원해 조주빈을 가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격랑치자 경찰도 뒤늦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경찰청이 24일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데 이어 이날 서울지방경찰청ㆍ경기남부경찰청 등도 특별수사단을 설치했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각 지방청 사이버수사대에서 그간 사이버 범죄를 대응하는 수준으로는 n번방 조직을 파헤치기 어렵다”며 “점차 조직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이버 전담 경찰청까지도 검토해야 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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