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대책 시급한데, 양형기준은 빨라야 6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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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대책 시급한데, 양형기준은 빨라야 6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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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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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검찰 유치장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조주빈의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n번방 사건’을 비롯해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일선 재판부가 형량을 결정할 때 지침으로 활용하는 양형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ㆍ청소년 성보호법(아청법) 조항 관련 양형기준 논의가 끝나지 않아서다. 양형기준 부재는 최소 3개월 더 이어질 전망이다.

26일 대법원에 따르면, 양형위원회는 지난해부터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이 유형의 범죄와 관련한 기준은 빨라야 오는 6월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양형위는 디지털 성범죄 중에서도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과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아청법상 ‘아동ㆍ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관한 양형기준을 정하는 중이다. 앞의 두 조항은 논의를 마쳤고 지난달부터 아동ㆍ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양형 범위를 논의하고 있다. 다음달 20일 아청법 논의까지 끝내면 세 양형 기준을 묶어 관계기관 의견조회와 공청회를 거쳐 양형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아직까지는 양형기준이 없다 보니 n번방이나 ‘박사방’과 유사한 사건에서 재판부가 재량에 따라 형을 선고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아동ㆍ청소년 성범죄물을 제작한 이모씨에게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경제적으로 유혹해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니고, 초범이며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안동지원도 동종 범죄에 같은 형량을 선고하긴 했지만 ‘범죄 전력, 가족과 지인의 선처 탄원’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감안했다.

양형기준이 없는 상태에서는 재판부가 재량으로 가중ㆍ감경 요소를 판단하기 때문에 형량 편차가 심할 수 있고, 대법원이 강조한 성인지 감수성에 미치지 못하는 판결이 나올 우려도 있다.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과 관련해 국민 의견 1만 8,000건을 모은 김영미 변호사는 “이 유형의 범죄는 형량이 들쑥날쑥해 기준을 정해야 하고, 가중할 측면은 확실히 가중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형위가 뒤늦게라도 잣대를 마련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기준 논의 과정에서는 일부 진통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들에게 아청법의 적절한 양형 범위를 묻는 설문조사가 논란이 됐다. 이 설문에 대해 젠더법연구회 소속 판사 등은 “법정형에 비해 지나치게 낮게 설정된 선택지 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설문조사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양형위 관계자는 “진통은 있지만 n번방 사태로 시급성이 대두된 만큼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문제는 양형기준 설정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회에서 법을 강화하는 식으로 근본 대응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동ㆍ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할 경우 규정된 형량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하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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