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정부가 수도 비슈케크 등 3대 도시를 봉쇄하고 통행금지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다음날인 25일 비슈케크 인근 마예프카 마을 검문소에서 군인들이 운전자의 출입 허가증을 확인하고 있다. 비슈케크=EPA 연합뉴스

“에콰도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중보건 위기 극복은 군(軍)에 달려 있다.”

에콰도르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 선포와 함께 야간 통행금지 방침을 발표한 16일(현지시간) 마리아 폴라 로모 내무장관은 “중국과 한국이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억제한 것은 규율에 대한 시민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이 국가 비상사태를 통제할 권한을 넘겨 받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확산에 국경 봉쇄와 이동 제한 등 강력한 ‘통제’를 앞세우면서 권위주의의 부상이 미묘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코로나19에 가장 늦게 노출된 남미 등 제3세계의 의료시스템 낙후 국가들이 잇따라 봉쇄령 등 엄격한 조치를 취하면서 그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WP에 따르면 에콰도르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 발생한 과야스주(州)를 군이 지휘하는 국가안보지역으로 지정했다. 과테말라는 야간 통행금지를 위반했다며 최근에만 1,000명 넘게 구금한 상태다. 페루에선 정부의 이동 제한령을 지키지 않을시 최대 3년, 사우디아라비아는 최대 5년까지 수감될 수 있다. 요르단과 엘살바도르 등도 시민의 이동 제한을 감시하기 위해 도심에 군을 배치했다. 선진국 중에서도 상황이 심각한 이탈리아가 이 대열에 동참한 상태다.

코로노19 확산 대응으로 통행금지 명령이 내려져 있는 과테말라에서 25일 빌라누에바의 한 시민이 통행금지를 위반해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빌라누에바=AP 연합뉴스

이 같은 통제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강력 추진하겠다는 명분 아래 시행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종식 이후까지 계속될 수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애덤 아이작슨 워싱턴 중남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위기 상황에선 군의 민간 통제가 이뤄질 수 있지만 위계질서가 분명한 남미 등 제3세계 국가들에선 군부에 영구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위주의적인 통제가 교도소 내 집단감염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라 파킨슨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공중보건 지침을 지키지 않는 수백명을 체포해 감옥에 보낸다면 또 다른 공중보건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감염병 위기 수준과 무관하게 공중보건 위기를 정권 유지의 기회로 이용하는 건 극히 심각한 문제다. 키르기스스탄과 엘살바도르에선 공히 18일에 첫 확진자가 나왔지만 이들 두 나라가 대규모 집회를 금지한 건 각각 5일과 12일이다. 집권세력이 코로나19 위기를 정정불안 무마용으로 활용한 셈이다. 지난해 6월부터 민주화 시위로 들끓던 홍콩에선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코로나19 확산이 홍콩 정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보도가 나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줄리엣 카이엠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공중보건 문제에 한 번 군을 투입하기 시작하면 이후에 이들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코로나19 종식 이후 중앙집권적 권위가 뉴 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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