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기기만 지원한다고 될 게 아니에요. 우리 학교에는 조손 가정도 많은데, ‘e학습터’ 가입하라고 안내한들 될까 싶어요.”

26일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41)씨는 정부의 ‘온라인 개학’은 “꿈같은 얘기”라며 한숨을 쉬었다. 더군다나 그가 소속된 학교는 전날 관할 교육청으로부터 ‘원격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상황. 당장 오는 30일부터 원격교육 시범을 보여야 한다. 그는 “구체적인 모델도 없이 내일(27일)까지 이틀 만에 수업 계획을 짜야 한다”라며 “교육부가 학교나 가정의 준비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현장 교사에게 책임을 떠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6일 원격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에서 한 교사가 온라인 수업 예행 연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온라인 개학을 검토하겠다고 깜짝 발표하면서 학교 현장이 혼란에 빠졌다. 3차 개학 연기로 이미 법정 수업일수 감축에 돌입한 만큼, 더 이상 개학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 마련한 궁여지책이지만 학생간 디지털 격차, 낮은 수업의 질 등 선결 과제가 산적하다는 지적이다.

일선에서는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면 학생의 가정 환경에 따라 학습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의 1차 조사 결과, 집에 스마트폰, 컴퓨터와 같은 스마트 기기가 없는 학생은 전국적으로 약 13만2,000명에 달했다. 교육당국은 이번 주까지 수요 조사를 마치고 필요 시 해당 학생에게 스마트 기기를 대여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 기기가 모두에게 보급된다 하더라도 초등학교 저학년은 부모 도움 없이 온라인 수업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 송파구의 초등학교 교사 최모(44)씨는 “온라인으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하면 4~6학년을 대상으로 하는데도 결국 어려워서 못하겠다는 애들이 나온다”라며 “온라인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어제(25일) 교육부의 원격교육 시연처럼 정돈된 성인이 아니고, 인원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교육시설재난공제회관에서 열린 교육부ㆍ시도교육청ㆍ한국교육학술정보원ㆍ한국교육방송공사의 ‘학습공백 최소화를 위한 원격교육 지원 온라인 업무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연구 결과를 봐도, 한국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활용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떨어진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연구진이 OECD가 발간한 ‘국제교육지수(PISA) 2018 정보통신기술(ICT) 친숙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컴퓨터ㆍ노트북ㆍ스마트폰ㆍ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 활용 빈도는 30개국 중 29위, 디지털 기기로 타인과 교류하는 사회적 활용 정도는 31개국 중 30위에 그쳤다.

교육부가 예로 든 ‘줌(Zoom)’과 같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사용해 실시간 수업을 하더라도 예체능은 물론 실험, 실습, 토론 수업이 힘들어 국ㆍ영ㆍ수 중심의 지식 전달 위주 수업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는 것도 온라인의 한계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유모(40)씨는 “온라인은 오프라인에 비해 수업 준비가 3, 4배 이상 오래 걸리는 반면, 학생의 집중 정도나 반응을 확인할 수 없다 보니 교육적 효과는 훨씬 못 미친다”며 “급하게, 형식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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