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개 나라로부터 수출 요청 쏟아지는 진단키트 이름 바꿔달라 청원까지 등장
업계 “지금은 생산만으로도 벅차”… 식약처 “변경 허가 받으면 가능은 하지만”
3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마포구 직원이 검사 키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한국을 향한 전례 없는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키트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밀려드는 건데요. 최근 미국도 이 대열에 가세했죠. 외교부에 따르면 진단키트 수입을 문의하거나 요청한 국가는 47개국, 인도적 지원을 요청한 국가도 39개국에 이른다고 해요.

전 세계적으로 한국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 상황. 국민들은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걸까요. 수출 용 진단 키트의 이름을 ‘독도’로 해달라는 요청까지 등장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5일과 26일 연달아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이름을 독도로 짓자는 청원이 올라온 겁니다.

한 청원인은 25일 ‘수출용 코로나19 진단키트 이름을 독도로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세계 각국에서 우리나라를 코로나19 극복 모범사례로 인식하고 최근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우리 나라에 진단키트 제공 협조 요청을 했다”며 “수출하는 진단 키트명을 독도로 해주시길 청원 드린다”고 요청했습니다. 또 “개별 제품 이지만 진단키트가 독도라는 이름으로 수출된다면 독도의 위상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본다”라고도 언급했습니다. 이 청원은 게시 하루 만에 동의자 11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많은 공감을 얻었는데요.

또 다른 청원인은 26일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각국과 일본 등 아시아에도 우리나라 코로나19 진단키트가 보급될 듯하다”며 “이왕 보급하는 거 우리나라 제품임을 알리기 위해 진단키트에 이름을 붙여 보내면 어떻겠냐. 독도로 하면 외교상 문제가 되겠냐”고 글을 올렸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5일 코로나19 진단키트 이름을 ‘독도’로 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만약 진단 키트의 명칭을 ‘독도’로 짓는다면 한국을 알리는 것은 물론 세계 각국에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인식을 심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죠. 또 코로나19 사태 해결에도 역할을 함으로써 한국의 바이오 기술 수준을 널리 알리고, 대한민국도 알리는 홍보 효과까지 누릴 수 있겠죠.

과연 ‘키트 독도(KIT DOKDO)’는 실제로 가능한 일일까요? 일단 업계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합니다. 원칙적으로 각 업체가 기존에 허가 받은 이름대로 수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함부로 바꾸기 어렵다고 합니다. 또 여러 생산 업체가 따로따로 정부 허가를 받아 그 내용에 맞게 책임 지는 방식이기 때문에 공통의 이름을 쓰게 되면 책임 소재가 애매해지는 것도 걸리는 부분입니다.

한국바이오협회 체외진단기업협의회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각각의 업체에서 허가 받을 때 제품 이름을 적는데, 허가서 내용과 다르게 표기하는 건 허가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며 “(독도가 표기된) 별도의 라벨을 붙이는 것도 허가 사항이기 때문에 허가 받은 내용과 다르게 적용하면 규정 위반 소지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조심스러워 했습니다.

다만 진단키트 자체가 아닌 상자 등 포장재에 따로 표기를 하거나 이름을 바꿔 다시 허가를 받는 건 가능하다고 해요.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제품 이름과 관련 정보, 라벨 등만 허가 사항이고 (포장재 표기 등) 나머지는 업체에서 정할 문제”라며 “진단키트 명칭도 변경 허가를 받으면 바꿀 수는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생산업체들이 생산라인 직원은 물론 연구원까지 투입해 진단키트 생산에만 매진하는 만큼 물리적으로 변경 허가를 받는 건 무리일 것 같긴 합니다. 진단키트도 수출하고 동시에 독도도 알리는 좋은 방법 없을까요?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