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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불똥 튈라…‘텔렉시트’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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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불똥 튈라…‘텔렉시트’ 가속화

입력
2020.03.26 18:30
수정
2020.03.26 20:5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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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탈퇴하고 대화방 삭제

‘탈퇴 시위’로 수사 협조 촉구도

6년 전 텔레그램 ‘사이버 망명’과는 정반대

성착취 영상물 제작ㆍ유포방으로 이동하는 링크를 공유하는 텔레그램의 한 대화방에서 링크를 클릭하자 ‘대화방이 사라졌다’는 메시지가 떠 있다. 텔레그램 화면 캡처
성착취 영상물 제작ㆍ유포방으로 이동하는 링크를 공유하는 텔레그램의 한 대화방에서 링크를 클릭하자 ‘대화방이 사라졌다’는 메시지가 떠 있다. 텔레그램 화면 캡처

성착취 영상물을 비롯해 각종 음란물 링크가 게재되는 텔레그램(Telegram)의 한 대화방에는 26일 낮 약 330명이 남아 있었다. 한때 2,000명에 달하는 이용자가 연결 링크를 기다렸던 대화방이지만 최근 우르르 빠져나갔다. 지난 19일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구속되며 성착취 영상물 제조ㆍ유포 수사가 강화되자 일어난 변화다. 이 방에서 다른 대화방으로 연결되는 링크들을 클릭하자 ‘대화방이 없어졌다’는 공지만 줄줄이 떴다.

정부가 디지털성범죄 엄정 수사에 나서면서 ‘텔렉시트’(Telexitㆍ텔레그램과 엑시트의 합성어) 현상이 거세지고 있다. 수사망을 피하려는 이들이 ‘n번방’을 비롯해 성착취 영상물 제조ㆍ공유가 대규모로 이뤄진 텔레그램의 아이디와 대화방을 앞다퉈 삭제하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텔레그램 본사에 n번방 사건 수사 협조를 촉구하는 이들의 ‘탈퇴 시위’도 텔렉시트를 가속하고 있다.

보안성을 앞세운 텔레그램은 2014년 수사기관의 카카오톡 메시지 검열 논란이 불거지며 이용자를 급격히 늘린 메신저다. 당시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텔레그램으로 이동하는 ‘사이버 망명’이 대유행이었지만 6년 만에 정반대 상황이 됐다.

텔렉시트가 본격화한 것은 검경이 박사방 등의 유료회원뿐 아니라 단순 이용자들도 수사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4일 n번방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자로 나서 “가담자 전원을 공범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법무부 역시 대화방 참여자가 영상물 제작ㆍ유포를 교사 또는 방조했는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후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텔레그램 탈퇴와 기록 삭제 방법 문의가 쏟아졌다. n번방을 추적해 온 A씨는 “한때 1만명 넘게 모여있던 한 링크 연결방의 규모가 1,500명 수준으로 줄었다”며 “대부분 텔레그램 아이디 자체를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텔레그램 탈퇴 방법 문의 글. 온라인 화면 캡처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텔레그램 탈퇴 방법 문의 글. 온라인 화면 캡처

탈퇴 시위로 인한 텔렉시트에도 불이 붙었다. 전 세계 어떤 수사기관에도 회원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텔레그램이 n번방 수사에 동참해 달라는 뜻의 단체 행동이다. 텔레그램 탈퇴 시 사유를 적는 곳에 ‘우리는 당신의 협조가 필요하다(We need your cooperation)’는 메시지를 써서 전달하는 게 골자다. 탈퇴 시위를 주도하는 이들은 전날에 이어 오는 29일 오후 9시 ‘탈퇴 총공(총공세)’을 잇기로 했다. 앞선 탈퇴 시위에 참여한 이모(27)씨는 “조씨를 포함한 다수의 유력 피의자들이 텔레그램을 활용했기 때문에 본사의 협조 없이는 강력한 처벌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떻게든 시도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n번방 회원들이 다른 플랫폼을 찾아 나서는 ‘풍선효과’다. 이미 조씨는 가장 수위가 높은 영상을 텔레그램이 아닌 ‘위커(Wickr)’에서 공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커는 텔레그램과 달리 가입 시 휴대폰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메신저다. 이밖에 해외에 서버가 있는 ‘디스코드’, ‘와이어’ 등이 또 다른 창구로 악용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어떤 플랫폼이든 범죄에 이용된 정황이 있다면 수사에 나설 계획”이라며 “해외 서버 등을 이유로 수사가 어렵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인터폴 및 미국 연방수사국(FBI), 트위터 등과 국제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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