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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ㆍ외국인에 코로나 치료비 지원…근거는 메르스 이후 개정 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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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ㆍ외국인에 코로나 치료비 지원…근거는 메르스 이후 개정 조항

입력
2020.03.2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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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원 중단 청원글 수십 건 

 내국인은 전액 국가 지원 의무, 외국인 지원은 재량 

 국제보건규약 있지만 어기는 나라 많아 

26일 오후 인천공항 제2터미날에서 런던발 항공기에서 내린 한 외국인이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고 있다. 영종도=고영권 기자
26일 오후 인천공항 제2터미날에서 런던발 항공기에서 내린 한 외국인이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고 있다. 영종도=고영권 기자

“상황 나아지면 다 돌아갈 사람들이고 형편도 넉넉할 텐데 왜 세금으로 외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치료비를 대줘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변에서 다들 난리다.”(60대 주부 박모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광풍을 피해 다른 나라에서 속속 한국으로 들어오는 교민과 외국인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고국을 떠나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에서 터 잡고 살다가 해당 지역의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두려워서, 혹은 비싼 의료비가 걱정돼서 한국에 들어오는 이들에게 왜 세금으로 진단비ㆍ치료비를 전액 지원하냐는 불만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민과 외국인에게 신종 코로나 치료비를 예산으로 지원하지 말아 달라는 청원이 10여건 올라와 있다. 그럼에도 교민과 외국인을 지원하는 이유가 뭘까.

26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발 입국자에 대한 신종 코로나 진단검사 비용(건당 약 15만원)은 우리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 이들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 치료비도 정부가 부담한다. 건강보험공단은 신종 코로나 치료비를 경증 환자는 331만~478만원, 중증 환자는 5,500만원 정도로 추정한다.

이런 지원 내용은 내국인과 동일하다. 다만 내국인은 자가격리시 생활지원비(1인 가구 기준 한달 45만원)를 받지만 유럽ㆍ미국발 입국자는 내ㆍ외국인 모두 자가격리시 생활지원비를 주지 않는 차이가 있다.

교민과 외국인에게 치료비를 지원하는 데는 법적 근거가 있다. 감염병예방법은 ‘국민은 감염병 진단과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와 지자체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6조3항)고 규정한다. 또 ‘정부나 지자체가 입원이나 격리된 사람에 대해 치료비, 생활지원비 등을 지원할 수 있다’(70조의4 1항)는 조항도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한국 국민에게는 감염병 진단과 치료비를 국가가 의무적으로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고, 생활지원비 등은 예산 범위 내에서 필요하면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교민도 한국 국적이 있다면 내국인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감염병 환자에 대한 치료비 전액 지원 규정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 사태를 겪은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도입됐다.

외국인은 전액 의무지원 대상은 아니다. 감염병예방법은 국가가 부담하는 경비의 하나로 ‘외국인 감염병 환자 등의 입원치료, 조사, 진찰 등에 드는 경비’(67조9호)를 명시한다. 하지만 이는 치료비 등을 국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은 아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는 외국인의 치료비 등은 부담 주체가 지자체가 아닌 중앙정부라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한 조항”이라며 “외국인은 한국 국민과 달리 치료비 등을 전액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은 치료비를 지원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지만 현재 우리 정부는 국제보건규약(IHR)과 예산 사정, 외교 관계 등을 감안해 외국인에게도 내국인과 동일한 지원을 한다”고 덧붙였다.

26일 오후 인천공항 제2터미날에서 런던발 항공기에서 내린 한 외국인이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고 있다. 영종도=고영권 기자
26일 오후 인천공항 제2터미날에서 런던발 항공기에서 내린 한 외국인이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고 있다. 영종도=고영권 기자

우리나라를 비롯해 195개국이 합의한 IHR의 40조는 ‘당사국은 공중 보건을 위한 검사나 격리, 예방조치에 대해 여행객에게 비용을 청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어긴다고 불이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임 있는 당사국으로서 규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게 보건ㆍ방역당국 방침이다.

외국인 지원에는 방역 목적도 있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23일 브리핑에서 “다른 만성질환 치료와 달리 감염병은 국내 국민들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전파를 차단하는 목적으로 강제 격리를 시키고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익 목적으로 진행되는 부분들은 국고 등으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료비를 지원하지 않으면, 비용 부담으로 치료를 꺼리는 외국인 의심환자가 국내 활동 중 감염병을 전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불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다른 나라들도 한국인 여행객의 신종 코로나 치료비를 지원한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적잖은 나라들이 IHR을 어기고 진료비 등을 외국인에게 부담시킨다.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 여러 지역은 외국인에게 진료비나 격리시 숙박비를 부담시키고 있고, 한국인 여행객에 대한 자가격리를 의무화한 일본도 숙박비를 내도록 한다. 미국 하와이도 외국인 자가격리시 숙박비를 부담시킨다. 다른 여러 나라들은 명시적으로 치료비 등을 외국인에게 부담시키지 않지만, 대신 입국을 아예 막고 있다. 25일 기준으로 한국에서 오는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한 나라는 139개국이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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