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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시즌3, 앤 드루얀의 세상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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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시즌3, 앤 드루얀의 세상이 열렸다

입력
2020.03.27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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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으로 가는 길 위로 은하수가 펼쳐져 있다. 왼쪽 위 밝은 별이 안타레스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 2020 National Geographic Partners, LLC.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으로 가는 길 위로 은하수가 펼쳐져 있다. 왼쪽 위 밝은 별이 안타레스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 2020 National Geographic Partners, LLC.

칼 세이건이 쓴 ‘코스모스’는 지금 어떤 임계국면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 1980년에 칼 세이건이 쓴 ‘코스모스’ 다큐멘터리와 책이 나온 지 40년의 세월이 지났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읽는 과학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부분은 확인이 필요하다. 가장 유명한 과학책 또는 가장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과학책이라는 것이 더 어울리는 수사일 것이다.)

칼 세이건은 한참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코스모스’는 과학문화계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2014년에는 칼 세이건의 1980년 판 다큐멘터리를 잇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칼 세이건의 아내이자 파트너인 앤 드루얀이 대본을 쓰고 제작한 후속편이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에서 다룬 주제와 내용을 반복하면서 두 사람의 꿈을 좀 더 명확하게 보여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실제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역사적인 평가에서 밀려 있던 과학자들, 특히 여성 과학자들을 좀 더 전면으로 내세웠다. 소수자에 대한 시선을 더 명확하게 내비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은 칼 세이건과 교류하던 흑인 천문학자 닐 타이슨이 맡았다. 칼 세이건이 살아있었다면 마땅히 나왔을 것 같은 예상 가능한 형태와 내용의 다큐멘터리였다. ‘코스모스’ 시즌2라고 할 만하다. 책으로는 출간되지 않았다.

칠레의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 배열. 전파 망원경 위 하늘을 360도 어안 렌즈로 촬영한 모습이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 2020 National Geographic Partners, LLC.
칠레의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 배열. 전파 망원경 위 하늘을 360도 어안 렌즈로 촬영한 모습이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 2020 National Geographic Partners, LLC.

앤 드루얀이 쓴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이 출간되었다.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도 방영되고 있다. 형식상으로는 ‘코스모스’ 시즌3에 해당한다. 시즌2의 책이 출간되지 않았으니 책으로는 두 번째다.

앤 드루얀은 1980년 ‘코스모스’의 모든 기획에 참여했고 다큐멘터리의 대본을 칼 세이건과 함께 쓴 작가였다. 시즌2의 제작과 대본을 맡았다. 이번에 나온 시즌3 다큐멘터리의 대본을 쓴 것도 앤 드류얀이다.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은 앤 드루얀의 단독 저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의 임계국면을 목격할 수 있다.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은 칼 세이건이 관여하는 마지막 ‘코스모스’가 될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한 앤 드류얀 만의 ‘코스모스’가 시작되는 첫 장면이기도 하다.

이번 다큐멘터리와 책도 앞선 ‘코스모스’ 시리즈처럼 1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사의 방식도 비슷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칼 세이건의 책이 이 책 속에서 인용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칼 세이건 자신이 ‘코스모스’에서 과거의 찬란한 문화유산의 결과로서 인용하던 숱한 문헌들과 그 자신의 책 속의 문구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이 말은 한편으로는 칼 세이건이 더 이상 ‘코스모스’의 창작자가 아니라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의 저자 앤 앤 드루얀은 칼 세이건의 아내이자, 동지이자 공저자였다. 뒷배경을 장식한 메모와 그림은 칼 세이건이 어린 시절 쓰고 그린 것들이다. 사이언스북스제공 ⓒ 2020 National Geographic Partners, LLC.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의 저자 앤 앤 드루얀은 칼 세이건의 아내이자, 동지이자 공저자였다. 뒷배경을 장식한 메모와 그림은 칼 세이건이 어린 시절 쓰고 그린 것들이다. 사이언스북스제공 ⓒ 2020 National Geographic Partners, LLC.

6장에서 칼 세이건이 그의 두 지도교수와 함께 등장한다. 책 밖에서 창작하던 칼 세이건이 어느덧 책 속의 주인공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책은 칼 세이건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앤 드루얀과 칼 세이건이 꿈꾸던 일들에 대한 두 번째 정리라고나 할까.

‘창백한 푸른 점’에서 칼 세이건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이야기했었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코스모스’와 ‘창백한 푸른 점’을 잇는 책이 탄생했을 텐데, 바로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의 모습을 갖췄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책에서 앤 드루얀은 두 사람이 함께 꿈꿨던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희망 섞인 인류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준다. 역시 역사 속에 묻혀있던 과학자들을 복권시킨다. 이번에는 현재의 문명을 가능하게 했던 과학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구와 인류를 위협하는 여러 요소들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이 세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었던 잊혀진 과학자들의 모습을 통해서 지속 가능한 세계를 꿈꾼다. ‘코스모스’에서 내놓고 ‘창백한 푸른 점’에서 강조한 다양한 세계에 대한 기대와 비전을 숨기지 않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코스모스 : 가능한 세계들

앤 드루얀 지음ㆍ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발행ㆍ464쪽ㆍ2만2,000원

앤 드루얀은 이 책에서도 여전히 칼 세이건을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별의 단상이 보인다. 그들의 꿈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 제시를 통해서 그들의 세상에 대한 비전은 막을 내렸다. 앤 드루얀은 ‘코스모스’의 영광과 자신의 말처럼 소울메이트 칼 세이건의 정신을 이 책에서 원 없이 표현했다. ‘코스모스’는 임계국면을 지나고 있고 앤 드류얀의 세상이 열리고 있다.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은 말하자면 이 두 사람의 불꽃의 마지막 타오름이자 새 불꽃의 점화일 것이다. 우리는 그 목격자들이다.

이명현 과학책방 갈다 대표

‘코스모스’의 저자로 유명한 칼 세이건 전문가인 천문학자 이명현씨. 네덜란드에서 유학과 연구원 생활을 마친 뒤 귀국해 연세대에서 연구교수와 천문대 책임연구원을 지냈다. 그는 2018년 서울 삼청동에 과학책방 ‘갈다’를 열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코스모스’의 저자로 유명한 칼 세이건 전문가인 천문학자 이명현씨. 네덜란드에서 유학과 연구원 생활을 마친 뒤 귀국해 연세대에서 연구교수와 천문대 책임연구원을 지냈다. 그는 2018년 서울 삼청동에 과학책방 ‘갈다’를 열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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