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사장한테 질문… 코로나 위기 속 박정호식 해법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26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제36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들에게 주요 경영성과와 올해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배당을 더 높일 계획은 없습니까?” “지배구조 개편 방향성을 밝혀주세요.”

26일 오전 10시, SK텔레콤 주주총회가 시작되자 회사 홈페이지에 내걸린 ‘온라인 주주총회 시청’ 버튼이 활성화됐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을 향한 주주들의 질문들이 올라왔다. 이 회사 주주들은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주총 현장이 아닌 각자의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질문을 입력했고 이는 박 사장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국내 기업에선 처음으로 온라인 생중계와 질문 입력 시스템을 도입한 SK텔레콤 주총은 그렇게 1시간 동안 무리 없이 진행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실시된 SK텔레콤의 온라인 생중계 주총이 주목 받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감염 확산이나 정족수 미달 우려를 덜어주면서도 통신 기업의 차별화된 역량까지 선보였다는 시각에서다. “위기를 비대면 디지털 기술 전면 도입과 정보통신기술(ICT) 역량 실험 기회로 삼자”고 강조해 온 박 사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날 SK텔레콤은 국내 상법상 반드시 본사 소재지 또는 인접지역에서 주총을 열어야 하는 규제상 오프라인 주총과 온라인 생중계를 병행했다. 방역, 발열 체크, 좌석 거리 두기 등의 조치를 취한 현장에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주주들이 참석했고 외출을 꺼리는 주주 수십 명은 생중계 사이트에 접속했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이 있는 주주 총 7만701명 중 전자투표, 위임장에 의한 출석 등 총 1,457명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26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진행 중인 제36기 정기 주주총회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생중계가 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박 사장은 이 자리에서 글로벌 경제 위축에 따른 위기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면서도 극복 의지도 확고하게 내비쳤다. SK텔레콤의 경우 출국자 감소에 따른 로밍 수익 급감, 오프라인 매장 매출 감소, 자영업자 폐업으로 인한 보안 상품 해지 등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올해 계획했던 SK브로드밴드 등 자회사 기업공개(IPO) 시점도 예정보다 1년가량 늦춰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비대면 ICT 기술 역량, 글로벌 사업자들과의 협업 등으로 수익성 확대를 추진키로 했다. 실제 지난달 24일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에 나선 SK텔레콤은 클라우드PC를 활용한 원격접속, 최대 100명 동시접속 가능한 그룹통화 등 ‘디지털 워크’ 기술도 전면 도입하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 한달 간 문제 없이 디지털 인프라가 가동 중이며, 미래 업무 환경을 SK텔레콤이 먼저 선도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고려해 유동성과 손익 측면에 대응할 것이며,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비대면 마케팅, 서비스 등 오랜 기간 준비해 온 것들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며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의 최고경영자와 직접 만나 협력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통신이나 모빌리티 등 주요 사업분야에서 영역과 경계를 초월한 혁신을 일굴 것”이라며 밝혔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메시지도 재차 강조했다. 박 사장은 “전 세계가 흔들리고 있지만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보여준 노력이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세계 경제 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없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외 배당 정책, 지배구조 개편 방향성 등을 묻는 주주들의 질문에는 “수익 가운데 70~80%의 높은 배당을 유지하고 있으며 추가 주주환원 방식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며 “지배구조는 통신사업 외 반도체, 미디어 등 자회사의 성장세가 기업 가치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최적의 구조를 찾아 개편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SK텔레콤은 박 사장 사내이사 재선임 등 사내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2019년 재무제표 확정 등의 안건을 승인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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