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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배상법’ 위헌소송 낸 긴급조치 피해자들…헌재 “위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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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배상법’ 위헌소송 낸 긴급조치 피해자들…헌재 “위헌 아니다”

입력
2020.03.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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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넓은 배상 필요하다면 입법 통해 해야” 

 김기영 등 반대의견 “국가 불법에 대한 배상 불가능하게 한 법” 

26일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국가배상법 등에 대한 헌법소원 선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국가배상법 등에 대한 헌법소원 선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희 유신정권의 긴급조치 피해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개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피해만을 배상하도록 한 국가배상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폭넓은 배상이 필요하다면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헌재는 26일 긴급조치 9호로 수사와 재판을 받은 피해자 A씨 등이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5대3 의견으로 합헌을 결정했다. 국가배상법은 국가로 인한 개인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정하면서도, 제2조 제1항에서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한 경우로 그 범위를 한정했다. A씨 등은 해당 조항 때문에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는 게 어려워지자,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 당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위헌 결정이 난 긴급조치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국가배상청구권 성립요건인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의 예외로 인정하긴 어렵다”며 합헌을 결정했다.

헌재는 “과거에 행해진 법 집행행위로 인해 사후에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면, 국가가 법 집행행위 자체를 꺼리는 등 소극적 행정으로 일관하거나, 행정의 혼란을 초래하여 국가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외국의 경우에도 대부분 국가에서 국가배상책임에 공무수행자의 유책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 여부를 떠나 국가가 더욱 폭넓은 배상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면, 이는 국가배상책임의 일반적 요건을 규정한 국가배상법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입법자가 별도의 입법을 통해 구제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기영ㆍ문형배ㆍ이미선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 등은 “긴급조치를 통한 국가의 의도적ㆍ적극적 불법행위는 우리 헌법의 근본 이념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정면으로 훼손한 것”이라며 “이같이 특수하고 이례적인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공무원 개인의 독자적인 고의가 없다는 이유로 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헌법 정신에 어긋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 불법행위를 실제 수행한 공무원은 국가가 교체할 수 있는 부품에 불과했다”며 “국가가 개별 공무원의 행위를 실질적으로 지배한 상태에서 이뤄진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배상청구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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