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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뉴구세요?] ‘노장인가, 노욕인가’ 또 다시 돌아온 김종인

입력
2020.03.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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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당 영입 수락, 이번엔 ‘黃의 남자’로 

 선거마다 러브콜… 이후 갈등ㆍ사퇴 반복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오대근 기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오대근 기자

박근혜의 남자였다가 문재인의 남자로, 이젠 황교안의 남자가 된 정치인이 있습니다. 바로 26일 미래통합당의 4ㆍ15 총선 선거를 진두지휘 할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된 김종인(80)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죠.

이리 저리 옮기는 ‘철새’를 반기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최근 4년마다 당을 바꾸어 온 그의 정치적 이력은 가히 기념비적인 수준입니다. 이로써 김 전 대표는 또 다시 선거에서의 구원투수 역할을 맡게 됐는데요. 정치권을 떠나있다가도 선거 때면 다시 여의도에 나타나는 그의 이름은 과연 이번 21대 총선에서도 승리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까요.

 전ㆍ현직 대통령 기반 닦은 ‘선거왕’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012년 9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기구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종인 국민행복특위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손용석 기자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012년 9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기구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종인 국민행복특위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손용석 기자

정계의 원로, 김 전 대표가 해결사로 떠오른 건 총선을 앞두고 있던 2011년이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끌던 한나리당에 합류, 멘토로 활약하며 총선에 이어 대선 승리를 일궈냈죠. 1987년 개헌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의 입안을 주도했던 김 전 대표는 관련 공약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당선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4년 후인 2016년에는 당시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고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겸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됐어요.

지난 20대 총선서 약세라는 예상을 뒤엎고 거둔 민주당의 승리에도 김 전 대표의 역할은 적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은 2015년 재보궐 선거 참패, 국민의당 분당, 호남 지지율 폭락 등을 겪으며 새누리당에 지지율에서 크게 뒤졌죠. 그러자 문 대통령은 중도ㆍ보수 색채의 김 전 대표를 삼고초려 끝에 모셔왔고, 전권을 줬어요. 총선 결과, 원내 1당의 자리를 꿰찬 것은 새누리당이 아닌 민주당이었습니다.

 정작 본인 선거에선 이긴 적 없어 

김종인(왼쪽)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2016년 3월 11일 충남 공주에 출마한 박수현 의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축사하는 이해찬 의원을 바라보고 있다. 공주=연합뉴스
김종인(왼쪽)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2016년 3월 11일 충남 공주에 출마한 박수현 의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축사하는 이해찬 의원을 바라보고 있다. 공주=연합뉴스

킹 메이커라는 이력을 빼고도 김 전 대표는 독특한 정치인입니다. 독립 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의 손자인 김 전 대표는 서강대 교수 시절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계획 수립에 관여했고, 전두환 정부에선 국회의원으로, 노태우 정부에서는 보건사회부 장관 및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았어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에는 새천년민주당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한 때 그를 ‘총리 후보’로 고려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선거 사령탑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직접 출마한 선거에서는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는 것도 이목을 끕니다. 비례대표로만 5선을 지낸 김 전 대표가 딱 한번 선거에 나선 적이 있는데요.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였죠. 얄궂게도 당시 김 전 대표를 떨어뜨린 상대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였습니다. 이후 2017년 4월에는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가 1주일 만에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용을 그리고 떠날까 

황교안(왼쪽)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6일 김 전 대표의 자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제공
황교안(왼쪽)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6일 김 전 대표의 자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제공

선거가 끝나면 김종인의 이름은 곧 잊히고 말았습니다. 2012년엔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 등을 두고 갈등을 빚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멀어졌고, 2016년에는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결국 1년 2개월만에 탈당했죠. 이 때문일까요. 김 전 대표는 이달 20일 공개한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나는 국민 앞에 두 번 사과해야 한다”며 “하나는 박근혜 정부가 태어날 수 있도록 했던 일이고, 다른 하나는 문재인 정부가 태어날 수 있도록 했던 일”이라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과거 김 전 대표를 영입했던 이들이 그리했듯 황교안 통합당 대표 역시 직접 나서 그를 설득했다고 합니다. 황 대표는 올해 2월부터 김 전 대표를 모시고 싶어했으나, 선대위에서 역할 등을 놓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없던 일이 됐습니다. 결국 이날 오전 황 대표가 서울 구기동의 김 전 대표 자택을 찾아 합류를 요청한 끝에 김 전 대표는 ‘통합당 호’에 몸을 싣게 됐는데요.

황 대표는 그에게 “힘을 합하면 반드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 거기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을 해달라”고 호소했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선거에 나선 김 전 대표가 ‘용’을 그릴지, 아니면 ‘이무기’에 그치게 될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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