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ㆍ담 인터뷰] 이홍정 NCCK 총무

이홍정 NCCK 총무는 26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코로나 사태 속에서 교회는 지역사회의 생명을 지키는 주체라는 생각으로 방역 당국을 초대해 함께 안전한 교회를 만들어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20세기 최악의 감염병으로 꼽히는 스페인 독감이 유럽에 창궐했을 때 유난히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스페인의 소도시가 있었다. 이슬람과 기독교 세력의 접점인 서부 요새 도시 사모라다. 1918년 10월 기준 이 도시의 독감 사망률은 10.1%로 같은 시기 스페인 전체 사망률(3.8%)보다 훨씬 높다. 감염이 확산되는 중에 이 도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가톨릭 주교가 행정 당국의 집회 금지에도 불구하고 신의 자비를 호소하는 집단 미사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모라의 가톨릭 교회는 스페인 독감을 “악마”라 부르며 “우리의 원죄와 하느님을 향한 감사가 모자란 결과”라고 했다. 매일 미사에 모인 신자들은 그 때문에 독감이 더 빨리 퍼지는 줄도 모르고 신의 의지로 이 고통을 끝내게 해달라며 ‘역병의 시대를 위하여’라는 고대 기도문을 외웠다.

안타깝지만 이런 종교적 무지는 20세기만의 일이 아니다. 전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의 미국 내 주요 확산지 중 하나인 뉴욕주에서는 맨해튼 인근 소도시의 한 유대교 회당이 집단감염의 시작으로 지목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확진자의 60% 이상은 쿠알라룸푸르의 이슬람 사원 집회 참석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먼 나라 이야기만도 아니다. 국내 확진자의 60% 정도는 신천지 교회와 관련이 있다. 교회 활동으로 인한 소규모 집단감염이 부산, 성남 등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는 보장해야 마땅하지만 자신은 물론 이웃의 생명을 위협할 집회를 당분간 자제해 달라는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호소에 일사불란하게 따르는 것 같지도 않다. 개신교도 중에는 이에 대처하기 위한 행정 당국의 점검을 박해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국내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단체 중 하나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를 26일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났다.

-총리가 담화문을 통해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종교시설 등 운영을 보름간 중단하도록 했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모여서 예배 본 교회가 40%를 넘었다. 실행이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가.

“일제 강점기와 냉전 분단기, 산업화 성장기에 ‘모이는 교회’를 통해 민중들의 고난을 위로하며 신앙적 연대를 강조해온 한국 개신교회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모이는 교회’를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아온 교회에 현장예배는 절대적 요소다. 조직 체계상 중앙집권적이 아니라 총회와 노회, 지역교회의 당회가 의사결정 과정과 실행에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체제다. 그 안에 수평적, 민주적 다양성이 공존한다. 이런 체제는 대중적 변혁적 역동성이 있지만 지역교회들을 일사불란하게 통솔하지 못하는 약점도 있다.

한국 교회의 50~70%가 미자립 교회를 포함한 작은 교회다. 이 교회들은 현장예배가 중단될 때 장기적으로 존속에 치명적인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각 교단이 십시일반으로 대책을 세우지만 역부족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각 종교단체에서 일제히 활동 중지를 천명했다. 지금까지 개신교를 제외한 다른 종교에서는 집단감염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개신교에서 유독 코로나 확산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전체 개신교회의 숫자와 다양성을 생각할 때 코로나 확산이 많다는 표현보다는 코로나 확산의 잠재 가능성이 높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몇몇 사례는 주류라기보다 예외적인 교회들이다.

우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에 현혹되는 경향이 있다. 한국 교회 일각에 여전히 계몽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추적 단속과 교정도 필요하다. 보수 성향이 짙을수록 기도와 신앙을 통한 치유 사역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모이는 교회’의 예배를 통해 생명의 안전과 치유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은혜의강 교회 같은 경우도 독립교회로 치유 사역을 강조해온 신앙 공동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회들이 자발적으로 예배 형태를 온라인으로 바꾸고 방역 전면에 나서 지역사회를 돕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행정 조사를 보면 경기도 교회의 95.1%가 모범적으로 예방수칙을 잘 지켰고, 60%는 온라인 예배를 드렸다. 미비했던 137개 교회도 한 주 뒤 22일 현장점검에서 추가 지적이 나오지 않았다. 특정 교회의 전염을 한국 교회 전체로 일반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정부 집회를 벌여온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서울 사랑제일교회는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점검하러 나온 공무원들에게 욕설까지 했다가 집회금지 처분을 받았다.

“안전예배 수칙을 무시하는 사랑제일교회의 행태는 법 절차에 따라 제재 받아 마땅하다. 이를 종교탄압으로 호도하며 행정명령의 근본 취지를 왜곡하는 것은 교회의 사회적 기능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헌법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을 국민의 권리로 명시한다. ‘보건’에 관해서는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조문도 있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 또한 보장한다. 이번 사태는 이런 두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나.

“신앙의 자유는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기본권이다. 하지만 신앙의 자유를 표현하는 방식을 담은 종교 행위의 자유는 그것이 생명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제한될 수 있다. 교회는 이 땅에 사는 모든 생명들의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예배가 감염 확산의 또 다른 진원지가 된다면 이는 우리의 신앙이 지니는 공적 증언을 약화시키는 행위일 것이다.

다만 정부 당국과 지자체는 이런 권한을 사용할 때 명령보다는 대화와 협력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 과잉 일반화와 강제적 언행은 불가피하게 저항을 불러 일으킨다. 한국의 종교시민사회는 지난 세월 고난을 이기며 공권력에 대한 저항을 통해 자신의 길을 모색해온 집단경험이 있다. 대화와 협력을 통한 자발적 참여의 길을 택해 가야 한다. 그것이 위기 속에서도 시민민주주의를 진작시키는 길이다.

지자체는 지역 교회의 방역 활동을 전폭 지원하면서 대화해 교회가 방역 활동의 주체로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교회 역시 자신들이 지역 사회의 생명을 지키는 주체라는 생각을 갖고 방역 당국을 초대한다는 자세로 함께 안전한 교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종교활동을 통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은 해외에서도 발생하고 있지만 국내 신천지처럼 대규모 확산 사례는 드물다.

“우선 신천지가 지닌 집단 폐쇄성이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생각한다. 특정 종교의 집단 폐쇄성은 종교의 사회적 역기능을 강화시키고 공공성을 약화시킨다. 교주를 절대시하는 상명하복 체계가 신자들의 자율적 판단을 가로막고 통제하므로 투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신천지가 그 동안 해온 가정공동체와 기존 교회공동체 파괴 행위를 숨기려는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신천지 교인 혐오, 차별도 일부 벌어지는 것 같은데 불가피한 일인가.

“신천지 교주 이만희 씨와 여러 지파장들을 포함한 주요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구속 수사를 통해 감염증 확산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명백히 밝혀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교인들에 대한 극단적 혐오와 사회적 낙인찍기는 건강한 모습이 아니다. 대다수 신천지 교인들은 이 사태의 피해자다. 그들은 신천지 교인이 된 순간부터 거짓된 이단 사이비 집단에 희생된 것이다. 혐오와 낙인은 신천지 교인들이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조화와 포용의 윤리를 넓혀가기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앞으로 되풀이 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때마다 종교 활동이 도마에 오를 것 같은데 감염병 사태 때 종교활동, 구체적으로 교회의 대응 원칙은 무엇이어야 하나.

“교회가 평소 방역의 주체라는 의식을 가지고 생활 방역을 솔선수범해야 한다. 지역 교회들이 지자체와 협력해 기초 방역시스템과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 나아가 코로나19 이후 한국 교회의 방향성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 특히 생명이 위협 받는 상황에서 ‘모이는 교회’의 현장 예배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정초할 필요가 있다. 생명 목회의 관점에서 세상을 향해 ‘흩어지는 교회’의 사명을 성찰하고 대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담긴 교회와 세상을 향한 하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반생태적 문명의 길을 가는 것을 멈춰야 한다. 그리고 전 인류공동체와 교회공동체가 집단 지성과 지혜를 모으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멈추라, 성찰하라, 돌이키라’를 새기며 잘못된 목표를 과감히 수정하고 가던 길을 돌이켜 새로운 질적 삶을 창출해 가야 한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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