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 제공

매일 아침 집에서 나와 50분 넘게 버스를 타고 회사에 도착한다. 시간은 15분 가량 더 걸리지만 한번 갈아타야 하는 지하철과 달리 쭉 앉아 갈 수 있어 버스를 애용한다. 출근 후엔 줄곧 책상 앞에 앉아서 일을 한다. 점심 식사 장소를 정하는 데도 중요한 건 메뉴보다 거리.

좀 더 가까운 곳을 찾고, 너무 바쁘면 회사 건물 지하 식당에서 해결한다. 또 버스를 타고 돌아온 퇴근길, 필라테스 학원에 들러 1시간 가량 운동을 하고 집에 가서 식탁에 앉아 저녁식사를 한다. 운동 수업이 없는 날은, 집 앞 공원을 30분 거닐다 들어온다. 밤엔 소파에 앉아 TV를 보거나 책을 보다 침대로 이동해 잠을 잔다.

보통 직장인들의 평범한 일상이다. 비싼 돈 들여가며 운동까지 끊은 이 사람은 스스로 건강을 챙기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의자의 배신’을 쓴 바이바 크레건리드 영국 후켄트대 교수는 운동은 건강을 지키는 변수가 아니라 잘라 말한다. 오히려 현대인이 아프고, 피곤한 건 하루 종일 앉아 있기 때문이라 꾸짖는다.

현대인이 하루 평균 앉아 있는 시간은 15시간, 일주일로 따지면 약 70~100시간이다. 10년 중 4~6년은 앉아 있다는 얘기다. 잠자는 시간보다 길다. 사람들은 일을 하기 위해서, 또 쉬기 위해서 앉는다. 저자는 앉아 있기로 인해 인간의 뼈가 점점 늙어가고 있다는 걸 진화인류학 측면에서 설명한다. 걷고 뛰고 서 있을 때 움직이는 허리와 하체 근력이 앉아 있을 때는 필요 없기 때문에 자연스레 기능이 상실된다. 필라테스나 요가, 헬스를 한다고 해도 근육이 사라지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의자의 배신 
 바이바 크레건리드 지음ㆍ고현석 옮김ㆍ박한선 해제 
 아르테 발행ㆍ492쪽ㆍ2만8,000원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자꾸 엉덩이를 의자에 붙일까. 당연히 편해서다. 인류가 농업혁명과 도시혁명, 산업혁명을 관통하며 추구한 목표는 더 풍요롭고 더 안락한 삶의 추구였다. 또 앉아 있는다는 행위는 사회 규범을 내면화하는 행위였다. 학교에선 학생들은 얌전히 앉아 수업을 듣기를 강요 받았고, 직장에서도 돌아 다니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일을 하는 게 성실함의 척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콘크리트 빌딩 숲 사무실에 갇혀 근무한 대가로 현대인들은 요통과 알레르기 등 새로운 관절질환과 기후변화에 따른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 감염병 등을 앓고 있다. “인간은 편안한 것을 가장 좋은 것으로, 좋게 느껴지는 것을 진짜 좋은 것으로 잘못 판단해왔다. 앉아 있기라는 질병은 침묵의 살인자다.”

앞서 말했듯 운동은 근본적 해결책이 못 된다. 저자는 노동 환경에서의 혁명적 변화를 주문한다. 일단 앉아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서서 일을 하거나, 중간에 일하는 공간을 옮기거나, 결국 노동시간에도 돌아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 정 몸을 낮추고 싶으면 바닥에 발을 지탱한 채 쪼그려 앉아라. 그게 아니라면 꼬리뼈의 통증, 뻐근한 허리와 어깨의 고통을 느끼기 전에 당장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보자. 그래야 오래 건강히 산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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