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바레스는 생물학적 남성으로 인정받은 뒤에야 여성으로 살던 시절이 음지에서의 삶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NeuWrite San Diego 홈페이지 화면 캡처

벤 바레스는 신경아교세포 분야를 개척한 세계적인 과학자였다. “바레스랩을 빼면 분야 자체가 없다”는 극찬까지 들었다. 그러나 영웅을 더 빛나게 하는 건 스토리다. ‘어느 트랜스젠더 과학자의 자서전’이라는 책 부제가 시사하듯 생애 상당 부분을 그는 싸웠다. 혼란과 차별이 그를 괴롭혔다. 회고담 집필도 암과 싸우면서였다.

1997년 성전환 수술로 그는 ‘바버라’에서 ‘벤’이 됐다. 43세 때였다. 고백처럼 그는 남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었다. 여성으로 살던 시절에도 ‘이미 남성’이었다. “쓸모 없는 것 같은 기분, 강한 고립감과 소외감, 절망, 자기파괴 감정 등을 느꼈다”고 그는 당시를 돌아봤다. “여자가 무슨 과학이냐”는 핀잔, “남자친구가 대신 풀어준 것 아니냐”는 조롱은 오히려 사소했다. 자신을 여성이라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추진력은 긍정과 신념이었다. 서문에서 그는, 암에 걸린 덕에 번잡한 일에서 벗어나 정말 완수하고 싶던 일들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제일 좋은 부분만 남았다고 썼다. 에필로그에서는 ‘보편적인 무지와 혐오의 시대’에 남다른 경험은 성장기 고통이었지만 거기서 비롯된 다양한 관점은 경쟁력이었다며, 미래에는 그런 고통 대부분이 예방되리라, 믿는다고 했다. 그가 자신을 적극 드러낸 이유일 테다.

벤 바레스
벤 바레스 지음ㆍ조은영 옮김
해나무 발행ㆍ272쪽ㆍ1만5,000원

1장은 ‘삶’, 2장은 ‘과학’, 3장은 ‘옹호’다. 남자로 인정받은 뒤에야 비로소 과학과 옹호가 가능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가치 있는 페미니스트 투쟁사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더 나아가야 한다. 성별에는 남성과 여성만 있는 게 아니라, 자기 몸과 불화하는 간성(intersexㆍ間性)도 존재한다. 성 정체성은 둘로만 나뉠 수 없다는 의미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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