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 경북대병원 음압투석실
지역 투석 확진자들에 ‘최후 보루’
“고위험 중증환자 치료 집중해야”
경북대병원의 음압병동 투석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혈액투석 환자들의 최후의 보루가 되고 있다. 만성질환을 앓아 주기적으로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중증 환자들에겐 천금 같은 존재가 이 곳이다. 의료진들은 ‘레벨D’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채 환자 1명 당 매주 10시간 안팎의 고강도 진료에 몰두하고 있다.
26일 경북대병원에 따르면 음압투석실에는 7명의 혈액투석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모두 다른 병원에서 이송된 환자들이다. 굳이 경북대병원으로 옮기는 것은 치료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확진자의 혈액투석은 일반 투석보다 3배나 어렵다. 이들은 일반 환자보다 면역력이 훨씬 더 떨어져 있다. 매주 2, 3회, 회당 4시간이 넘는 투석을 하기 위해서는 신장내과 교수와 감염내과 교수, 간호사 등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고 환자에 매달려야 한다. 보통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있어 감염에 취약한데다 폐렴이나 호흡곤란 증세가 있으면 급속도로 악화되기 때문이다. 투석이 끝나면 투석실과 장비 소독도 필수다.
이 병원에는 당초 음압투석실이 없었다. 40개의 일반 혈액투석실에서 간호사 1명이 환자 3명을 담당해도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확진판정을 받은 혈액투석환자가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대구에서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달 20일 이동형 투석기 10개와 음압투석실 10개를 갖추게 됐고, 대구지역 혈액투석 환자 13명 중 7명이 이곳에서 치료받게 됐다.
경북대병원 김용림(신장내과교수·진료처장) 코로나19 대응본부장은 “혈액투석 환자들은 안정적인 상태에서도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며 “다행히 초기에 음압투석실을 만들어 병원 내 집단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혈액투석실이 만들어진 첫 날인 지난달 20일 이송된 환자는 끝내 숨졌다. 대구 중구 한 내과에서 혈액투석을 하던 56세 환자가 지난달 18일 신종 코로나 의심증상을 보인 후 이송됐다가 23일 숨진 것이다.
김 본부장은 “중증 만성 질환을 가진 혈액투석 환자들은 신종 코로나가 발생할 경우 일반 확진자보다 사망률이 매우 높아 신경 쓰고 있다”며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하고 병상 수급문제도 다소 해소돼 중증환자 치료에도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26일 오후 4시 현재 대구지역 확진자는 6,482명, 사망자 92명,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는 중증환자는 40명이다.
김 본부장은 “이제는 고위험군 중증 환자 치료에 전념해 사망률을 더욱 줄여야 할 시기”라며 “전 세계가 대구의 대응 방식에 주목하는 만큼 의료진들은 끝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구=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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