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서 하루 동안 해외에서 유입된 확진자 수가 국내 발생 확진자 수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미국발 입국자에 대해서도 증상이 있을 경우 입국시 신종 코로나 진단검사를 시행하고, 무증상자는 14일간 자가격리하는 수준으로 검역수위를 끌어올린다. 하지만 유럽발 입국자와 달리 무증상자의 입국 후 진단검사를 강제하지 않아 최근 미국의 신종 코로나 확산세를 감안하면 이번 조치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미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강화 조치는 27일 0시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미국발 입국자 중 유증상자는 공항에서 모두 진단검사를 받아야 한다. 양성 판정이 나오면 병원 또는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된다. 검사 결과가 음성인 이들은 무증상 내국인과 장기체류 외국인과 동일하게 14일간 자가격리 대상이 된다. 별도의 거주지가 없는 단기체류 외국인은 자가격리가 어려운 만큼 공항 진단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와야 입국할 수 있다. 이후에도 14일간 보건당국의 전화를 받고 본인의 건강 상태를 설명하는 능동감시 상태로 지내야 한다. 자가격리 지침을 지키지 않을 경우 내ㆍ외국인 모두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다만 미국발 자가격리 대상 무증상 입국자들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한 진단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유럽에 이어 미국발 입국자에 대해서도 검역을 강화한 건 미국 내 상황이 빠른 속도로 악화하면서 해외유입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7,769명이던 미국 내 확진환자는 이날 5만3,268명으로 6일 만에 6.9배가 급증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유럽보다 덜 하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입국자 중 확진환자 수가 많고 증가속도도 빨라 미국발 입국자에 대해서도 검역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신규 확진자 100명 중 해외유입 환자는 51명이며, 유럽(29명) 다음으로 미국(13명)에서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나머지 4명은 중국 이외 아시아를 다녀온 이들이다. 검역과정에서 34명이, 지역사회에서 17명이 확인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항공기 1대당 1~2명이 신종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고 있다”며 “지역사회 감염이 굉장히 확산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규 확진환자에서 해외유입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23일 28.4%에서 24일 32.9%, 25일 51.0%로 급증하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해외유입 확진자는 총 227명으로 전체 확진자의 2.5%에 해당한다.
문제는 유럽발 입국자에 비해 수위가 낮은 검역으로는 미국발 확진자 유입을 차단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발 입국자(일평균 2,500명)가 유럽(1,000명 안팎)보다 두배 이상 많고, 미국에서 들어오는 이들 중 상당수가 유학생 등 젊은층인 점을 고려하면 유럽 못지않게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더라도 무증상인 경우가 많은 젊은층은 지역사회 전파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음달 6일 개학 전 신종 코로나 상황을 진정시키려면 미국발 입국자에 대해서도 전수 진단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이들 중 잠복기 또는 무증상 감염자가 꽤 있을 수 있고, 자가격리 미준수 등으로 방역망이 어떻게 뚫릴지 예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보건당국은 상황에 따라 미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검역을 지금보다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입국자 1만명 당 확진자 수, 해당 국가의 발생률 등을 고려해 전수검사 여부를 결정한다”며 “국내 검사 역량과 미국의 위험도를 따져 전수검사로 확대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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