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전세기 빌려 타고, 르완다→미국 경유해 귀국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각 국가의 봉쇄 조치와 항공편 운항 중단으로 발이 묶인 한국인들이 해외 공관 등의 협조를 받아 귀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당 국가가 자국민을 귀국시키기 위해 한국으로 보내는 전세기에 탑승하거나, 제3국행 임시항공편을 함께 이용하는 식이다.
25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한국인 130명이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한국에 있는 자국민을 귀국시키기 위해 운용하는 비행기가 비어서 한국으로 가는 만큼 현지 체류 한국인을 싣고 가자고 현지 대사관이 역제안한 결과다. 앞서 몽골 정부가 한국에 있는 몽골인을 데리고 가기 위해 한국으로 보내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인과 가족 등 99명이 귀국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는 해당 정부와 협의되면 정부의 금전 지원 없이 귀국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한국으로 향하는 직항편이 없다면 제3국으로 빠져나간 뒤 다시 귀국 항공편을 이용하는 방안도 있었다.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에콰도르에서 귀국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ㆍ코이카) 봉사단원과 한국인 관광객 등 76명이 이런 방식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에콰도르 주재 한국대사관은 에콰도르에서 멕시코로 향하는 비정기편을 확보하고, 이들이 멕시코에서 미국을 거쳐 귀국할 수 있도록 귀국항공편을 연결해주기도 했다.
모로코에서도 카타르 도하까지 이동하는 비행기를 이용한 뒤 도하에서 귀국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모로코에서 귀국을 요청한 교민의 숫자가 100명 정도에 그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카타르항공이 요구한 최소 탑승인원이 200명이기 때문에 정부는 여러 방법을 고심 중이다.
제3국을 경유할 때 다른 나라 임시항공편을 얻어 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볼리비아 주재 미국대사관이 주선 중인 전세기에 우리 국민 49명이 탑승해 27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현지 공관에서는 미국대사관 측에 명단을 전달하고 협조를 구했다. 다만 미국대사관이 주선한 비행기인 만큼 볼리비아에서 미국으로 간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
아프리카 르완다에 있는 한국인 7명도 르완다 주재 미국대사관이 주선한 임시항공편을 함께 타고 이날 오후 르완다에서 빠져나올 예정이다.
정부는 또 이탈리아, 페루 두 나라의 경우 직접 전세기를 운항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요청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이날 기준 총 47개국에서 외교부를 통해 관련 문의를 해 오거나 요청을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아랍에미리트(UAE), 루마니아, 콜롬비아 등과 진단키트 수출계약이 성사됐다. 24일까지 무상으로 인도적 지원을 요청한 곳도 39개국에 달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관계부처 간 긴밀히 협의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국내 수급 상황을 보면서 판단한 뒤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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