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입국 안 막아” 형평성 논란… 개방성 원칙 스스로 훼손 지적도 
 
영국 런던발 항공편으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 도착해 경찰의 인솔을 받아 임시생활시설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5일 미국 발(發) 입국자 대상 2주 자가격리 의무화 대책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 역(逆)유입 사례 급증에 따른 추가 조치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 관련 정부가 강조해온 ‘개방성’ 원칙이 현실 앞에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사태 초기 중국에 취했던 조치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조치는 미국 현지 발권 과정에서 사전통보, 검역 준비 상황 등을 고려해 3월 27일 금요일 0시를 기점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증상 없는 내국인과 장기체류 외국인은 2주 자가격리를 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코로나 진단검사를 실시하는 식이다. 이런 조치는 증상 유무와 관련 없이 입국 시 혹은 입국 후 사흘 안에 전원 진단검사를 받고 있는 유럽 발 입국자보다 약한 조치다.

다만 별도 거주지가 없는 단기체류 외국인은 자가격리가 어려운 만큼 공항에서 진단검사를 우선 실시해 음성 여부를 확인한 뒤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들은 입국 이후에도 14일간 보건당국의 전화를 받고 본인의 건강 상태를 설명하는 능동감시 상태로 지내야 한다.

윤 반장은 “(입국자 중 확진환자 비율이) 유럽과 비교했을 때 유사한 수준이 되면 미국 입국자에 대해서도 2단계로 자가격리자들에 대한 전수검사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3월 3주차 유럽 발 입국자 1만명당 확진자 수는 86.4명이고, 3월 4주차 미국 발 입국자 1만명당 확진자 수는 28.5명이다. 미국 발 입국자 중 80%는 유학, 출장 등에서 돌아오는 내국인이 될 것으로 당국은 전망했다.

이 같은 입국 제한 강화 조치는 해외 역유입 방지가 향후 방역의 관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장 24일 신규 확진자 100명 중 해외 유입 사례가 절반이 넘는 51명에 달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유럽 발 입국자에 대해서도 22일부터 제한 조치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미국 발 입국 제한 조치 강화로 우려되는 부분도 많다. 실제 외교부 내에선 미국 대상 조치에 신중해야 한다는 기류도 있었다. 동맹관계 특수성은 물론 중국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 초기 중국에서 들어오는 여행객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특별입국절차로 대신했다. 유럽ㆍ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고는 해도 “중국 발 입국자를 막는 것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실효성이 없다”던 당초 정부 입장을 스스로 번복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개방성 원칙 훼손 지적도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5일 영국 BBC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주시해야겠으나 우리의 개방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ㆍ외교적으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처지에선 관문을 닫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외신들은 물론 각국 정상들조차 앞다퉈 한국의 방역을 ‘롤 모델’로 치켜세웠다. 하지만 결국 역유입 폭증이라는 현실 앞에서 원칙을 접었다. 게다가 유럽ㆍ미국 외 입국자 중 확진자도 늘어나는 상황이라 추가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할 경우 개방성 원칙은 폐기되는 셈이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방성에 반대되는 조치들이 최근 나온 것은 맞지만, 입국 금지 조치까지는 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개방성 원칙은 간신히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것이 올바른 접근법이었는지 여부는 향후 코로나19의 국내외 확산 상황을 지켜보면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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