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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로나19로 “낙태, 필수 의료행위인가”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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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코로나19로 “낙태, 필수 의료행위인가” 논란 가열

입력
2020.03.25 22: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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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권리옹호단체가 4일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법적 임신중단(낙태)권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권리옹호단체가 4일 워싱턴 연방대법원 앞에서 법적 임신중단(낙태)권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pandemicㆍ세계적 대유행)이 미국 내 임신중단(낙태) 논쟁에 불을 붙였다. 일부 주(州)가 코로나19 대응을 명분으로 임신중단 시술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면서다. 특히 이들 지역이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어서 임신중단 문제가 미국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핵심 의제임을 재확인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BBC방송은 24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정부가 전날 코로나19 대응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의료기관에 연기ㆍ중단을 요구한 비필수 수술 항목에 임신중단 시술을 포함시켰다고 보도했다. 텍사스주는 특히 위반시 최대 1,000달러(약 123만원) 벌금이나 180일 징역 등의 처벌 방침도 천명했다. 지난 22일 오하이오주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처음으로 임신중단 시술의 연기ㆍ중단을 공언하자 텍사스주가 이틀만에 처벌 규정까지 마련해 가세한 것이다. 이후 미시시피주도 임신중단 시술을 금지했다.

곧바로 임신중단 반대 시민단체들도 연방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일부 보수단체들은 이날 알렉스 아자르 보건복지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임신중단 시술을 하는 의료기관을 폐쇄하고 그들이 갖고 있는 의료물품을 인근 병원들에 기부하도록 긴급명령을 발동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인권단체들과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심각한 뉴욕ㆍ워싱턴주 등이 임신중단을 필수 의료항목으로 분류한 상황에서 이번 텍사스주 등의 조치는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판단에서다. 임신중단 의료기관장인 에이미 밀러는 “감염병 사태가 끝날 때까지 환자가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해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인권활동가들은 이들 주정부의 행정명령을 철회시키기 위한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실제 지역 정치인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코로나19 사태를 악용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텍사스ㆍ오하이오ㆍ미시시피 모두 임신중단을 불법화해야 한다는 보수성향의 목소리가 큰 곳이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코로나19가 주거 지역의 집권 정당에 따른 ‘임신중단권 격차’를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영리단체인 가족계획협회의 본옌 리길모어 국장도 “지금은 정치할 시간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미국은 1973년 연방대법원 판결에 따라 헌법상 임신 6개월까지 임신중단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정치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별로 관련 제도가 상이한데다 올해 1월엔 공화당 소속 상ㆍ하원의원들이 연방대법원에 1973년 당시 판결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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