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재난에 정부방침과 동떨어진 ‘과시용’ 함정방문 논란
지역사회부 박경우 기자

“높은 분 온다는데 할말은 없지만 시기는 부적절하네요”, “닦고 쓸고, 함정간 접촉도 하지 말라고 해놓고… 직원들은 힘들지라”

24일 ‘서해청장 취임 후 첫 행보는 해양주권수호’란 보도자료를 보고 기자는 눈을 의심했다. 휴대폰을 들어 여기저기 해경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고강도‘사회적 거리두기’운동을 벌이는데 김도준 서해해양경찰청장의 함정 순시는 적절성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김 청장의 근무지인 목포권은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뒤 주말 상춘객이 몰리는 와중에 확진자 3명이 나와 지역사회가 긴장했고, 당시 일부 참모들까지 순시 연기를 건의했지만 강행됐다.

김 청장의‘해양주권수호’방문계획은 정세균 총리가 21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호소한 대국민 담화문까지 발표한 시점이어서 충격적이다. 23일 거창하게 추진했다가 일부 참모진의 반대로 불발된 현장방문은 다음날 강행됐다.

동원된 인원을 축소한 김 청장은 해상 치안의 주요 세력인 헬기를 이용해 신안과 전북 군산 해역을 거쳐 배태적경제수역(EEZ) 인근 가거도 해역에서 중국어선 불법 어업 감시 단속을 벌이는 1508함에 올라탔다. 여기서 방송을 통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헬기를 타고 중국어선 10여척이 조업하는 현장을 둘러보고 왔다.

김 청장의 홍보 사진에는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대원 20여명과 함정 한 가운데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이 돋보였다. 25일에는 세월호 현장인 진도팽목항과 목포신항 등 방문했고 정보과 직원까지 동행했다.

이를 놓고 국가적 재난에 온국민이 고통을 참아내는 상황에서 정부방침을 무시하듯 과시용 행보에 나선 게 신기하다는 반응이 들려온다. 특히 김 청장은 3년전 서해청 총괄안전부장으로 근무해 관내 사정에 정통하다. 함정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대형함정에서 한 사람이라도 확진자나 접촉자만 생겨도 해상치안은 무너진다”며“청장을 처음 대면하기 위해 직원들은 눈치를 보게 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서해청과 달리 타 지역 해양경찰청은 명예로운 취임식도 포기하고 영상·온라인 회의나 전화 및 메신저를 활용해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한 고위간부는 “함정 순시는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며 “고위공직자가 정부 방역지침을 조롱하듯 지키지 않는 것은 참모들의 잘못도 크다”고 토로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언제쯤 국민신뢰를 찾을 수 있을지는 해경 수뇌부의 행동에 달려있다.

목포=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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