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지인 중국 후베이성의 봉쇄가 25일 풀리면서 ‘대이동’이 시작됐다. 중국에선 그간 발이 묶였던 600만명이 각지의 일터에 복귀함으로써 경제 활성화의 견인차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반면 매일 수십 명의 감염자가 발생하는 해외 입국자들에겐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국 베이징 전염병 예방통제선도본부는 이날 “관계 당국과 지역사회가 후베이에 머물고 있는 노동자들을 데려오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에서 일하는 후베이 출신은 30만명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 감염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시정부는 “감염에서 안전한 녹색 건강카드 소지자만 오는데다 14일간 추가 격리를 거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후베이는 중국 노동력의 원천으로 불린다. 외지에 나가 일하는 주민이 600만명에 달한다. 이 중 70%(약 420만명)가 지난 1월 춘제(春節ㆍ설) 연휴기간 고향을 찾았다가 지역봉쇄로 일터로 복귀하지 못했다. 후베이 주민들이 다시 밖으로 나가야 중국 경제가 정상궤도를 회복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후베이성 내 주요 도시의 항공편 검색량은 전날보다 10배 이상 늘었고 기차역마다 온 종일 승객들이 몰렸다.
이날 후베이성에서 800㎞ 떨어진 광둥성 북부 공업지대 후이저우에는 곳곳에 환영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시민들은 “이제야 공장을 제대로 가동할 수 있게 됐다”고 환호했다. 이 곳 노동자 가운데 후베이 출신은 240만명에 달한다고 후이저우일보는 전했다.
이와 달리 해외 입국자들은 냉대를 받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해외 유입 사례는 전날에도 47명 늘어 총 474명이 됐다. 특히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에서도 해외 유입 감염자로 인한 2차 감염 사례가 확인되면서 검역에 비상등이 켜졌다. 영국에서 돌아와 확진 판정을 받은 아파트 아래층 주민으로부터 계단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 사법당국은 지난 16일 “입국자가 건강상태를 허위로 기재할 경우 징역형을 선고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24일에도 4명이나 적발됐다. 베이징에 이어 상하이ㆍ광저우ㆍ선전 등 1선 도시 4곳은 입국자 전원을 대상으로 목적지와 상관없이 집중격리와 핵산검사를 실시하기로 하는 등 검역 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중국 보건당국은 “입국자에 대해 세관 검역과 14일간 격리, 의료기관 검사 등 3단계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격리기간 이후에 의료기관에서 감염자를 발견한 사례는 없어 방역망이 뚫린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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