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전날 IOC와 담판으로 ‘1년 연기’ 성사
IOC 결정 늦어질 경우 취소 위기감에 서둘러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쿄하계올림픽ㆍ패럴림픽 ‘1년 연기’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갖고 도쿄올림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IOC의 ‘1년 연기’ 발표 후 아베 총리가 해외 정상과 협의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도쿄올림픽과 관련해 미 NBC가 중계권을 갖고 있고 후원사 중 다수가 미국 기업이란 점에서 올림픽 개최에 막강한 영향력을 보유한 미국에 가장 먼저 설명에 나선 것이다.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40분간 전화회담을 가졌다. 이번 전화회담은 일본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아베 총리는 전날 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의 전화회담에서 올림픽을 대체로 1년 정도, 늦어도 내년 여름까지는 개최하는 데 합의한 내용을 설명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연기는 매우 현명하고 훌륭한 결정”이라며 “아베 총리가 설명한 내용 모두를 환영한다”고 밝혔다고 NHK는 전했다.
두 정상은 이어 인류가 코로나19에 승리했다는 증거로서 도쿄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개최하기 위해 긴밀해 협력해 나갈 것을 확인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등을 포함해 양국이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등 지속적으로 연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어디까지 내 생각이지만 도쿄올림픽을 무관중으로 개최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1년 연기하는 편이 낫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에 앞서 ‘도쿄올림픽 1년 연기론’의 군불을 피운 것이다. 이에 두 정상은 13일 오전 전화회담을 갖고 도쿄올림픽 개최를 둘러싼 의견을 교환했다.
아베 총리가 ‘1년 연기’ 방안 결정을 서두른 배경에는 IOC의 판단이 늦어지면 최악의 경우 올림픽이 취소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쇠는 뜨거울 때 때려야 한다”며 IOC와의 빠른 협의를 희망했던 아베 총리의 의지로 바흐 IOC 위원장과의 전화회담이 성사됐다. IOC는 지난 22일 성명에서 “연기를 포함해 4주 이내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지만, 아베 총리가 바흐 위원장과의 담판에 나서 ‘1년 연기’ 합의를 서둘렀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일 올림픽 성화가 일본에 도착한 직후에도 주변에 “성화를 확보했으니 일본 개최는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본이 성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취소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2주간 두 차례 미일 정상 간 전화회담을 통해 양국간 연계를 확인할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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