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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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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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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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문동 한국외대의 텅 빈 강의실. 홍인기 기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 유명한 말이 무색해지는 요사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했던 말로 유명하지만, 기원은 따로 있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기려면 반대로 해야 한다.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 수가 있다. 그래서 학교에도 교회에도 클럽에도 사람들이 안 모이기로 했다.

성서의 유명한 노아 홍수 이야기와 유사한 버전이 고대 바벨론에도 있다. 신이 인간을 물로 벌한다는 내용은 서로 같은데, 그 사유는 다르다. 고대 이스라엘의 성서는 인간의 죄악 때문에 신이 벌하지만, 고대 바벨론의 신화는 인간이 너무 ‘시끄러워’ 신이 벌한다. 시끄러운 것은 나도 딱 질색이지만, 수다 좀 떤다고 너무한 것 아닌가? 사실 소음 증가는 인간의 ‘과잉 번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는 윤리적 문제를, 후자는 인류학적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보면 된다.

고대 사회에서 인구의 과잉 번성은 꽤 위협적 요소였다. 사람들의 이동이 한정적이다 보니 특정 지역 안의 인구 과잉 밀도는 심각한 식량문제를 야기했다. 먹을 것이 없으면 힘 있는 민족은 전쟁을 할 것이며, 힘없는 이들은 먹을 것을 찾아 방랑길을 올라야 했다. 경찰도 군인도 인권보호도 부실했던 당시, 방랑은 결코 로맨틱하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떠나는 일이었다.

더불어 방역이 지금처럼 철저하지 못했던 시대였기 때문에 사람이 지나치게 밀집해 있으면 전염병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고대사에 전염병에 의한 낭패담은 수없이 많이 기록되어 있다. 아시리아 제국의 산헤립(Sennacherib)이 예루살렘을 포위했을 때 그만 군사들 사이에 전염병이 돌아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성서는 이를 신의 처벌로 기록했다. 이스라엘 최고의 왕 다윗 때에도 삼일간 전염병이 나라에 돌아 7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금의 코로나만큼이나 고대사회의 전염병은 치명적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그들도 모르던 바가 아니어서 나름 격리 및 봉쇄 정책을 실행하기도 했다.

고대의 성은 인구가 불어나도 지금처럼 재건축이 쉽지 않았다. 고고학적으로 발견된 고대 이스라엘의 성안은 사람들이 매우 밀집해서 살았고 심지어 성벽이 그냥 가정집 벽이기도 했다. 왕궁 옥상을 거닐던 다윗 왕이 옆집 여인 밧세바의 목욕 장면을 훔쳐볼 수 있었던 건 그의 시력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특히 고위 장수들의 집은 방 안이 훤히 보일 정도로 왕궁에 밀접히 붙어 있었다. 이 때문에 예루살렘과 같은 인구 고밀도 성에는 특별한 소각시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이 밀집해 있다 보니 공중보건이 문제였을 테고, 많은 가정에서 배출되는 분변을 함부로 방치했다가는 큰일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루살렘 성문 중에는 ‘똥문(Dung Gate)’이 있으며, 그곳은 성안의 오물 처리를 위해 드나들던 곳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예루살렘에 가면 그 성문을 당당하게 ‘똥문’이라고 가리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밀접하게 모여 있던 때가 새삼스럽다. 수십 명의 학생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는 강의실에서 땀 흘려 가며 강의하기도 했고, 수백 명이 앉아 찬양을 부르며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금요일 저녁이면 사람 홍수에 떠밀려 강남역에 내려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체 사람들과 거친 입김을 나누며 지하철을 타기도 했다. 홍대나 이비자의 클럽에선 낯선 이들과 밀착되어 짜릿한 스킨십을 즐겼을 사람들도 있고, 수만 명이 경기장에서 침 튀기며 응원을 하기도 했다. 불과 몇 개월 전의 일들이며 또다시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학교에 예쁜 목련이 피었다. 여느 때 같으면 학생들이 예쁘게들 그 아래서 사진 찍으며 떠들 텐데 학교에 학생이 없다. 영상강의 만들려고 스크린을 보며 혼자 떠들자니 사람들이 그립습니다.

기민석 목사ㆍ침례신학대 구약성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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