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방호복ㆍ후드ㆍ고글 소독 후 재사용
다른 의료진과 섞이지 않게 자기 이름 표시
얼굴 못 알아봐 ‘간호사’ ‘수간호사’ 스티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사진은 볼 때마다 애틋하다. 콧등과 이마에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인 간호사나 방호복을 갖춰 입고 병동으로 향하는 의료진의 모습은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도 한동안 잊히지 않을 장면들이다.
의료진의 모습에서 최근 변화가 감지됐다. 약 일주일 전부터 ‘간호사’ ‘수간호사’ ‘의사’처럼 직종을 표시한 스티커를 방호복에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의료진은 방호복에 자신의 이름을 적기도 했다.
대구의 한 거점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방호복에 마스크와 고글을 써서 의료진끼리 서로 알아볼 수 없다 보니 직종 구분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했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의료진들은 매번 새 방호복을 입을 때마다 탈의실에 비치된 직종 구분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그렇다면 방호복에 적힌 이름은 어떤 용도일까?
한마디로, 일회용 방호복을 재사용하기 위해 사용자를 표시한 ‘이름표’다. 산업용 방호복은 크게 ‘레벨 A’부터 ‘레벨 D’까지 네 단계로 나뉘는데, 의료용은 따로 등급을 표기하지 않고 전신방호복으로 부른다.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대부분 방호복은 산업용 레벨D에 해당된다. 모든 방호복은 일회용이며, ‘1회’는 환자 한 명을 의미한다. 후드와 투명 얼굴가리개, 공기정화필터 등으로 구성된 방호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국내 의료진은 대부분 ‘환자 한 명당 방호복 한 벌’ 원칙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우주복을 연상케 하는 전신 방호복에 착용하는 헬멧모양의 후드와 고글은 수급이 달려 원칙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한 번 사용한 방호복을 소독한 후 다시 쓸 수밖에 없고, 의료진들은 다른 의료진과의 교차 사용을 피하기 위해 후드에 자신의 이름을 적고 있다.
전신 방호복은 확진자를 대면 진료하는 시간에 따라 공기정화필터가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구분된다. 장시간 병실에 머무는 의료진은 필터가 부착된 방호복을, 단시간 진료에 투입되는 의료진은 필터 없는 방호복을 착용한다. 필터를 부착할 수 있는 후드와 고글의 공급이 많이 부족한 상태다. 특히 필터와 호스가 연결된 후드의 경우 세계적으로 물량이 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거점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나서 방호복용 후드를 구해주려 하고 있지만 물량이 달려 그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진료 시 후드가 필요한 의료진은 다른 사람의 후드와 고글은 섞이지 않게 이름을 적어놓고 소독해서 재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현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외신을 통해 보도된 사진 중에는 낮은 등급의 방호복인데도 의료진의 이름이 적혀 있거나 여러 번 재사용한 흔적마저 보이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선 의료진이 방호복에 이름을 적는 것은 물론 ‘加油(찌아요ㆍ힘내라는 뜻의 중국어)’나 하트를 그려 넣기도 했다.
코로나19와의 전쟁 최전선에 나서는 의료진에게 방호복은 적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갑옷과도 같다. 보건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방호복을 비롯한 의료 장비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점은 우려된다. 의료진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언제든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콜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65일째, 의료진은 이 순간에도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방호복으로 감싼 채 사투를 벌이고 있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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