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무소속 후보들의 상징색 의미는
분홍색 홍준표, 복귀 의지 드러내
흰색 권성동은 ‘낙천’ 억울함 호소
파랑 이용주는 혼선 노린 위장술
4ㆍ15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후보들은 정당들이 선점한 파랑(더불어민주당), 분홍(미래통합당) 등의 상징 색을 사용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다. 선거운동에 사용하는 색 관련 규정이 공직선거법에 없기 때문이다. 정당 조직의 힘을 누리지 못하는 무소속 후보들은 색으로 전략과 메시지를 표현한다.
경남 지역 출마를 희망하다 낙천해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의 상징 색은 통합당의 ‘해피 핑크’와 비슷한 선명한 분홍이다. ‘당선돼서 고향인 통합당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담았다. 홍 전 대표가 입고 다니는 점퍼에는 ‘무소속’이라는 글자도 없다. ‘홍준표’라는 석자만 선명하다.
홍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부당 공천으로 탈당하게 됐지만, 당에 대한 마음은 변함이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홍준표를 찍는다고 통합당 의석을 뺏기는 게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아 보수 성향인 수성을 유권자들을 안심시키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백의종군을 상징하는 ‘흰색’은 전통적으로 무소속 후보의 색이다. ‘억울하게 공천을 받지 못했다’는 호소가 담겼다. 통합당에서 낙천해 탈당한 권성동(강원 강릉) 의원은 최근 흰색 점퍼를 입고 지역을 누빈다. 20대 총선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의원과 ‘유승민계’인 류성걸 전 의원, 권은희 의원도 흰색으로 통일해 연대감을 과시했다.
호남엔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랑’을 사용하는 무소속 후보자가 유난히 많다. 김종회(전북 김제부안) 이용호(전북 남원임실순창) 정인화(전남 광양곡성구례) 이용주(전남 여수갑) 의원 등이다. 이들은 20대 총선에선 국민의당 소속으로 당선됐었다. ‘국민의당 돌풍’이 사라지고 민주당이 대세가 되자, 유권자들의 혼선을 노린 ‘카멜레온 위장 전략’인 셈이다. 이용주 의원은 선거 슬로건에도 ‘이용주와 더불어’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에 입당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선거법엔 다만 ‘무소속 후보의 정당 표방을 금지한다’는 조항(84조)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26일 “무소속 후보자가 특정 정당의 지지나 공천을 받은 것처럼 행동해 유권자의 오해를 사게 하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문제가 생긴다면 상징 색과 선거운동 방법, 슬로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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